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 "경북 농어촌에 일자리 만들기…젊고 신선한 '청년 괴짜'들 모았죠"

청년이 돌아오는 경북

도시 떠나 귀향해 성공한 사람들
소멸 위기 농어촌 구할 주인공
마을 리더·공무원 함께 도와야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젊은 사람, 안정된 미래보다는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미친(열정적인) 사람, 그리고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선한 시각을 가진 외지 사람이 지금 경북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경북 청년일자리 만들기와 마을 살리기를 위해 ‘젊은 사람, 미친 사람, 외지 사람’이 필요하다는 ‘청년괴짜론’을 들고 나온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51). 그는 요즘 마을 살리기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연계해 마을도 살리고 청년 일자리도 확보하는 이색적인 정책을 잇달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도시청년 시골파견제’와 ‘청년 디자인특공대’ ‘꿈을 낚는 귀어 청년 정책’ 같은 정책이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의 청년정책은 대부분 도시 위주 정책이었지만 소외돼온 농촌과 어촌에 주목하자 청년정책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의 안정된 일자리를 버리고 농촌으로 귀향해 성공한 남우영 야생초 대표, 신봉국 마르코로호 대표, 농촌의 농민들과 새로운 농업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이정원 쉼표영농조합법인 대표 같은 청년괴짜들이 소멸 위기를 맞은 경북 농어촌을 구할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괴짜의 원조는 어쩌면 김 본부장 자신이다. 1989년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전도양양한 중앙공무원의 길을 버리고 1995년 경북도에 지원해 지방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 아이디어를 끈질기게 정책화하고 실행해온 그는 요즘 미래를 고민하고 개척하는 귀촌 청년괴짜들과 함께 청년정책을 만들고 마을 살리기를 고민하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 20여 년간 경북도 과학기술진흥과장, 새 경북기획단장, 환경해양산림국장, 문화체육관광국장 겸 코리아 실크로드프로젝트 추진본부장, 경주부시장 등을 지내면서 펴온 정책들이 모두 지금 새로 추진하는 청년정책과 마을 만들기의 근간이 되고 무기가 되고 있다. 백두대간과 낙동강변, 동해안의 마을자원을 활용한 강산해(江山海) 프로젝트를 비롯해 스토리를 품은 향토뿌리기업 육성 등이 바로 그런 정책들이다.
김 본부장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소멸 위기에 빠진 고향, 경북의 마을을 살리기 위해 27년간 근무해오면서 펴온 정책과 경험, 아이디어를 모은 책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사진)를 올해 초 펴냈다.

그는 청년괴짜기업인 육성과 함께 ‘도시청년 시골보내기 사업’과 ‘청년 디자인특공대’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향 경북의 아름다운 경관 자원과 스토리 등 마을 자원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그는 “도시와는 차별화된 가치로 농어촌과 산촌, 강촌에 청년들이 돌아와 활동한다면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매력적인 마을 만들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식객의 모델이 된 영주의 대장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의성의 성냥공장, 안동의 장인이 만드는 수제명품 도마 등이 모두 그런 자원이다. “일본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김 본부장은 이런 마을과 기업에 디자인을 지원하고 스토리에 기반한 농어촌 마을 비즈니스 시대를 열기 위해 농어촌마을과 청년들을 연계시키고 있다. 그는 저서에서 낙동팔경 마을에 어린이 디자인 놀이터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청년문화를 기반으로 한 체험, 공연, 기념품 판매, 카페, 음식점을 창업하게 하고 문경 가은읍에서 상주 화북면에 이르는 아차마을, 선바위, 대정숲, 말바위, 우복동 견훤산성 등 견훤 유적지를 따라 청년문화 역사로드를 만드는 구상 같은 것입니다.”

그는 청년창업을 일자리 관점으로만 보면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정부 정책은 창업을 통해 취업을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진 취업 고육책으로 무리한 창업 요구가 있었다”며 “창업은 누가 권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2015년 블룸버그 기술투자펀드 블룸버거 베타가 말하는 훌륭한 창업가란 30대 후반, 석사, 월급쟁이 16년, 한 번의 실패를 가진 사람들로 규정한 사례를 들었다.김 본부장은 “준비된 창업팀이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경북은 그런 환경을 조성해 청년들의 창업을 돕고 창업시장으로 유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도 주말과 휴일이면 청년문제와 지방 마을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전국과 해외 모범사례를 찾아다닌다.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는 마을 리더와 깨인 공무원의 존재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청년괴짜, 마을을 사랑하는 참된 리더, 그리고 미친(열정적인) 공무원 세 사람이 뭉치면 마을도 살리고 일자리 문제 해결, 새로운 청년정책도 가능하다”며 미친 공무원도 응원하자고 제안한다. 김 본부장은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것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오히려 외지에서 더 넓은 세상을 마음껏 경험하고 좋은 경력을 쌓은 뒤 청년들이 돌아와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경북도와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