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엇박자 근본원인은 북핵·미사일 '서로 다른' 해법

한국 "비핵화 선언 없어도 대화"
미국 "대화 위한 대화는 없다"
한국과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곳곳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국이 엇박자를 내는 근본적인 원인은 북핵 해법을 둘러싼 시각차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비핵화 선언이 대화의 전제조건이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기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아야 북한의 도발 중단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한·미 양국이 대북 대화의 3대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과 차이가 난다. 양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완전히 중단하고 △핵 폐기와 비핵화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미국 정부는 이런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도발 중단 땐 대화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고 답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 위해선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며 “북한이 이를 위한 어떤 단계도 밟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핵 동결’이나 ‘도발 중단’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가 대화의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지난달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문 대통령의 대미 특사단에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을 믿고 일정 기간 핵·미사일 실험 중지를 행동으로 보여라”고 촉구한 것에 비해 강경해졌다.

반면 청와대는 20일 웜비어 사망에 대해 “북한이 인류 보편적 규범과 인권을 존중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는 꺾지 않았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일단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 단계적으로 비핵화 협상까지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생각이지만 미국은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고수하고 있어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