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로펌] 공정거래·노동·4차 산업혁명…로펌에 해법 있다

새정부 출범 맞춰 전담팀 꾸려
세종·광장·화우, 공정위 출신 영입
충정, 지식재산권 분야 영국로펌과 제휴
베트남·미얀마 등 아시아 진출 활발
김앤장, 국제중재 분야서 인정받아
바른, 해외상속 분야로 영역 확대
새 정부 출범으로 로펌(법무법인)업계가 분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각종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한 기업의 법률 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 변호사 2만 명 시대 개막으로 최근 정체 양상을 보이던 로펌업계는 부상하는 기업의 정책 리스크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늘어나고 인수합병(M&A) 등 복잡하고 거대한 자문 사건 등을 통해 국내 로펌이 급성장한 것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새 정부가 방점을 찍은 공정거래, 노동 등을 중심으로 주요 로펌은 조직을 재편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공정거래·노동·조세 분야 수요 급증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기업의 반발로 폐지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 부활과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했다. 재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로펌들은 비상이 걸린 기업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정위의 정책 방향을 예측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 수립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공정위 출신 고문과 전문위원을 영입해 대비하고 있다. 세종은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난 3월 고문으로 영입했다. 광장도 박인규 전 공정위 창조행정법무담당관을 3월 수석전문위원으로 스카우트했다. 화우는 공정위 조사국 출신인 정도익·손주익 전문위원 등을 앞세워 부당 지원 및 일감몰아주기 이슈에 대한 자문 준비를 끝마쳤다.
화우 새정부정책대응팀
새 정부 노동정책도 초미의 관심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성과연봉제,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은 새로운 정책이 경영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로펌들은 이런 수요를 예측해 새 정책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 및 실현 가능성, 기업의 대응 방안 등을 정리해 담은 뉴스레터를 제작하고 고객 확보에 나섰다.광장은 경제학 박사 2명, 석사 3명 등 5명으로 이뤄진 경제분석팀인 ‘캐피털 경제컨설팅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공정거래법 분야에서 해외 사례와 법리 등을 통해 국제적 기준을 재판부와 당국에 제시하는 임무를 맡았다. 광장 관계자는 “사건이 공정위 조사나 소송 단계로 넘어가면 광장의 차별점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평은 대법관 출신으로 노동법 분야 전문가인 김지형 대표변호사를 필두로 승소뿐 아니라 노사 분쟁이 심한 사업장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확한 법률 자문을 통해 노사관계를 개선하도록 돕고 있다.
세종 건설부동산분쟁팀
4차 산업혁명 대응도 서둘러최근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도 로펌업계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전 산업에 걸쳐 적용되면서 기업의 관련 법률 수요도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속도’에 있다. 로펌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기업이 도태하지 않도록 이슈를 선도해야 한다. 충정은 지식재산권(IP)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과 실력을 자랑하는 영국계 글로벌 로펌인 버드앤드버드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드론(무인항공기), AI, 핀테크 등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도 다수 여는 등 4차산업과 해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광장은 미래지능정보그룹을 신설해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전통적인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고도화도 이끌어낸다. 새로운 공법의 발달과 스마트홈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건설, 부동산 업무가 점차 방대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세종은 춘천지방법원장 출신인 윤재윤 변호사를 중심으로 건설부동산분쟁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인수, 매각 및 관련 금융 업무뿐 아니라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는 신탁분쟁 업무 관련 서비스 일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앤장 국제중재팀
가속도 붙은 해외 진출해외시장은 국내 로펌의 또 다른 돌파구다. 로펌은 해외 사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지 기반만 잘 닦여 있다면 한국 기업 특성에 밝지 않은 해외 로펌보다 국내 로펌이 더 나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해 국내 로펌들은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왔다. 국내 로펌 중 가장 많은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는 지평은 베트남 호찌민에 2007년, 하노이에 2009년 진출했다.

김앤장은 국제중재팀을 통해 해외 대형 로펌이 독식해온 국제분쟁 부문에서 국내 로펌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의 경쟁력은 풍부한 경험과 강력한 맨파워에서 나온다. 국내 로펌이 관심을 갖지 않던 1990년대 후반부터 김앤장은 국제중재 분야에 진출해 경험을 쌓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윤병철 변호사와 박은영 변호사가 팀을 이끈다.

바른은 미국 시민권자들의 한국 내 상속재산 처리를 자문하면서 국제상속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재미동포 등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LA)를 시작으로 뉴욕 등 동부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해갈 계획이다.작년 겨울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고 베트남 진출을 시작한 화우는 지난 1월 아시아태평양 법률전문 월간지 ‘아시안 리걸 비즈니스(ALB)’가 선정한 신흥시장 전문 로펌(Emerging Markets Experts)에 한국 로펌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