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주 '짙은 먹구름'…러시아·브라질 펀드 손실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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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급락 충격…주식 시장 강타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약세
LG화학·롯데케미칼도 하락
원유선물 ETN 이달 30% 손실
한전 등 유틸리티주는 상승
아시아나 등 항공주도 오름세

○정유·화학주 실적 악화 불가피에쓰오일은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00원(0.32%) 떨어진 1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9.1% 하락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7.1%) GS(-7.7%) 등 주요 정유주를 비롯해 LG화학(-7.3%) 롯데케미칼(-7.0%) 등 화학주들도 하락세를 보였다.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화학 제품값도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준다. 부타디엔 가격은 1분기 t당 3000달러에서 85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에틸렌 MEG SM 등 다른 석유화학 제품값도 하락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화학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석 달 전보다 6.5%, 석유 및 가스업종은 13.6% 하향 조정됐다. 조선업체들도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어들어 악영향을 받는다.
○원유선물 ETF 손실 눈덩이국제 유가 하락은 신흥국펀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주가지수가 급락한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각각 -8.14%와 -1.72%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10% 넘는 수익률을 거둔 중국과 유럽펀드에 비해 크게 부진하다.
유가 반등을 기대하고 원유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원유 선물지수 상승분의 약 두 배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은 이달 들어 손실률이 -30.3%에 달한다. 개인들은 이번 달에 이 상품을 8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섣불리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실물수요 둔화라기보다는 연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감에 따른 과도한 재고 확보의 후유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40달러는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가격”이라고 덧붙였다.이날 주식시장에서는 그동안 유가 상승에 발목이 잡혀 작년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 한국전력(1.33%) 등 유틸리티주가 강세를 보였다. 저유가 수혜주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0.66%) 제주항공(0.63%) 하나투어(1.10%) 등 항공·여행주도 오름세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