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정위, 무지 하거나 무성의하거나

이민하 중소기업부 기자 minari@hankyung.com
“문재인 정부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품목 규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업 시간과 품목 규제 두 가지를 조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0일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인 정책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는 새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중소기업 정책을 전담한다. 이 위원장의 말이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이런 언급은 그대로 기사화됐다. 소상공인과 유통업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기사가 나간 후 국정기획위는 이 위원장 발언이 잘못됐다며 해명하겠다고 나섰다. 첫 해명은 공식 설명자료가 아닌 문자메시지로 전달됐다. 그런데 내용이 어이가 없었다. “SSM의 판매 품목을 규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SSM이 진출할 수 없는 업종과 품목을 지정’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비슷한 내용으로 오히려 기존 기사를 인정한 셈이 됐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았는지 한 시간 뒤 2차 해명자료가 나왔다. 이번엔 두루뭉술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와 관련해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생계형 업종을 지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는 것이다. ‘SSM’과 ‘품목’을 언급한 이 위원장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내용은 없었다.

일부에서는 “이 위원장이 생계형 적합업종 내용과 SSM을 잘 모르고 혼동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럴 리가 없다는 사람들은 이 위원장이 아이디어 차원의 얘기를 섣부르게 했다가 이를 부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어느 쪽이든 국정기획위는 미숙한 행태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 위원장이 모르고 한 얘기라면 그의 전문성이나 업무 충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알고 한 얘기라면 해명 과정이 너무 무책임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국정기획위 해명을 듣지 않고 이날 ‘SSM 품목 규제 검토’ 기사를 그대로 내보냈다. 선거후 급조된 국정기획위에 대한 우려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해프닝이었다.

이민하 중소기업부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