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체코 엔진에 한국 부품도 사용…정찰총국 소행

국방부, 인제서 발견된 무인기 분석결과 발표

항속거리 3년새 2배로
5시간30분 동안 490㎞ 비행
북한 금강군서 발진…사진 555장

7개 국가 부품 사용
GPS는 미국, 모터는 한국산

군 "명백한 군사도발"
유엔사령부에 조사 요청…탐지레이더·격추 무기 조기 전력화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21일 브리핑룸에서 지난달 강원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강원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드론)는 2014년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보다 비행거리가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무인기에는 한국과 중국 미국 일본 체코 등 7개국의 부품이 쓰였다. 중국의 비행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살 수 있는 수준의 무인기로, 이런 소형 비행물체를 탐지할 수 없는 우리 군의 방공망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21일 “소형 무인기의 비행 경로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군사 도발”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국방부는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의 도발에 대해 유엔사령부에 조사를 요청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의 발진 지점과 복귀 예정 지점이 모두 군사분계선(MDL)에서 북쪽으로 7㎞ 떨어진 강원 금강군 일대였다. 기체에 장착된 카메라로 찍은 555장 중 10여 장이 경북 성주골프장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찍은 사진이었다. 해상도는 7360×4912로, 백령도 무인기와 같았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보다 크게 나을 게 없을 정도로 해상도가 낮아 사드 기지 발사대가 흐릿하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비행 성능은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비행시간은 5시간30여 분이었으며 비행거리는 490㎞ 정도였다. 발진 지점인 금강군으로 복귀했다면 532㎞를 비행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의 항속거리는 180~300㎞였다.

북한 무인기는 3㎏ 정도의 생화학물질과 폭약을 싣고 우리 후방 지역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군 관계자는 “3㎏가량의 생화학물질을 지상에 투하하면 황사가 발생했을 때처럼 눈이 따끔따끔한 수준”이며 “폭약이라면 무인기가 추락한 주변 정도만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북한 무인기에는 여러 나라의 부품이 들어갔다. 날개 조종면을 움직여주는 서버구동기(모터)는 한국산이었다. 비행 임무 컴퓨터는 캐나다의 마이크로파일럿, 카메라는 일본 소니 제품이었다. 위성항법장치(GPS)와 GPS 수신기는 각각 미국, 스위스산이었다. 동체는 중국산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이번 소형 무인기가 북한의 군단이나 사단에서 쓰는 무인기와는 다른 기종으로 북한 정찰총국에서 운영하는 기종으로 판단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는 항공 마니아들이 많이 이용하는 중국의 항공 전문 쇼핑몰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드론과 비슷하다”며 “이런 소형 비행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형 무기체계를 개발해 전력화를 준비 중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