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 되는 게 없는 일본, 안 되는 게 늘어가는 한국

일본의 변신이 놀랍다. 일본 정부가 유휴 농지를 기업이 자유롭게 쓸 수 있게 길을 터줄 예정이라고 한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등 입지가 좋은 휴경지에 상업시설, 물류센터 등을 지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부터 농지에 첨단 식물공장 설립을 전면 허용하는 등 농업의 수출산업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엔 수도인 도쿄 하네다공항의 유휴 활주로 터를 로봇·항공 관련 첨단공장에 제공키로 했다. 이민자 수용도 적극적이다. 농지 규제든, 수도권 규제든 필요하면 다 풀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2015년부터 ‘소사이어티 5.0’이란 비전 아래 탈(脫)규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를 스마트하게 개조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전략특구(testbed)’를 지정해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드론 등 신산업을 규제없이 맘껏 펼치도록 했다. 작년엔 관련 법을 고쳐 빅데이터의 개인정보 익명가공, 기업 간 데이터 거래를 허용하고 지식재산권으로 인정해주고 있다.중국도 4차 산업혁명에선 이미 선진국이다. ‘제조혁신 2025’와 ‘인터넷 플러스’를 모토로 산업의 스마트화, 생활의 디지털화를 엄청난 속도로 밀어붙인다. 정부가 멍석을 깔아주니 청년 창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텐센트 DJI 같은 글로벌 스타기업들이 출현하는 선순환 궤도에 올라탔다. 일본과 중국 모두 ‘안 되는 게 없는 나라’로 변신 중이다.

한국은 어떤가. 일본처럼 농지나 수도권 유휴지 활용은 꿈도 못 꾼다. 스마트농업에 도전했던 기업들은 온갖 반대에 두 손 들고 말았다. 일본 국가전략특구와 비슷한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도 국회 문턱을 못 넘었다. 빅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무용지물이다. 핀테크를 활성화한다면서 은산(銀産)분리는 절대불변이란 판이다. 그래 놓고선 4차산업혁명위원회 같은 정부조직부터 만든다.

일본에선 한국의 탈(脫)원전으로 전기값이 오르면 일본 산업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란 보도까지 나왔다. 경쟁국들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한국에선 ‘하지 마라’는 것만 늘어난다. 경영계는 ‘안 되는 게 없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 ‘되는 게 없는 나라’가 돼간다는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