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애플이 움직인다…전자업계, 메모리칩 확보전쟁

주문 앞당기고, 웃돈 주고…

9월 아이폰8 출시 앞두고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우려
월·분기 매입서 반년치 구매도
최고 사양 가격 2~3배 급등
글로벌 전자업계가 애플 아이폰8 출시를 앞두고 메모리 반도체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마트폰 판매 확대, 클라우드서비스 확산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며 메모리 값은 작년 하반기부터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신은 전자업체가 아이폰8 출시에 따른 메모리 소진 사태를 막기 위해 주문을 앞당기고 있으며, 일부는 웃돈을 주고 메모리를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업계에선 올 9월 출시될 아이폰8에 최고 사양의 대용량 메모리가 장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인 아이폰8은 1억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아이폰7이 8230만대가량 팔린 것을 감안하면 애플이 더 많은 메모리를 사들일 것이란 얘기다. 그동안 전자업체들은 애플이 매년 낸드플래시 전체 생산량의 약 18%를 사들이는 걸 고려해 재고를 확보해왔지만, 올해는 더 빨리 메모리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LG전자는 하반기 메모리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분기별 메모리 구매 계획을 예년보다 한 달 일찍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몇몇 기업은 반년 단위 공급 계약을 맺고 기존 분기 또는 월간 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메모리칩을 사고 있다”며 “일부 최고 사양의 칩 가격은 작년보다 2~3배 올랐다”고 전했다.

‘메모리 대란’을 피하려고 제품 성능을 낮추다 역풍을 맞은 사례도 있다. 중국 화웨이는 주력 제품인 P10에 성능이 다른 세 가지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했다는 것이 알려져 거센 비난을 받았다. 메모리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량을 늘리고 대용량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내년까지는 공급난 해소가 어렵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재고가 사실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공급을 늘리기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월터 쿤 IHS 애널리스트는 “공급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일부 기업이 저용량 메모리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1일 올해 휴대폰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844억달러로 PC용 반도체 시장 규모(801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5% 늘겠지만 PC 판매량은 3% 감소할 것으로 예측돼서다.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의 평균판매단가(ASP)는 53%, 낸드플래시는 28%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