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책임보험에 중소기업 '부글부글'

의무가입에 1년 마다 갱신
지난해 걷힌 보험료 650억
지급보험료는 공개되지 않아

보험업계 "위험 부담 큰 상품"
인천 남동공단에서 소규모 화학업체 A사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이달 말까지 갱신해야 하는 환경책임보험만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연간 영업이익 2억원을 겨우 올리는 판에 연 700만원의 보험료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보험상품도 한 종류에 불과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납득하지 못해서다. 김 대표는 “의무가입 보험인데도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7월부터 의무화된 환경책임보험 갱신 시기가 다가오면서 A사처럼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는 2012년 9월 구미 불산누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책임보험 신설을 포함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환경피해구제법)’을 제정해 2015년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지난해 7월1일부터 환경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가입 단위는 사업장(공장)으로,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그 수만큼 환경책임보험을 들어야 한다. 다른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중복해서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가입 대상 사업장 수는 지난해 6월 기준 1만3589개다. 보험 기간은 1년이다. 대상 기업들이 대부분 의무화를 앞둔 지난해 6월 가입했기 때문에 현재 많은 기업이 재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 미가입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벌금의 형사처벌, 6개월 이하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는다.

문제는 환경책임보험상품이 사실상 한 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동부화재, 농협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세 곳이 취급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동부화재가 주관사 자격으로 대표로 기업으로부터 보험가입을 받은 뒤 세 보험사가 보험료를 나눠 받고 보험금도 나눠서 준다. 기업들의 선택권이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료가 합리적으로 산정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보험료율은 보험개발원이 과거 사고 발생 건수와 금액, 유해물질 취급량 등을 고려해 산출한다. 그러나 기업 관계자들은 “자동차보험처럼 사고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는 것도 아닌데 화학 전문 연구기관도 아닌 보험개발원이 어떻게 합리적인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3개 보험사가 지난해 걷은 보험료는 총 650억여원이며 실제 사고로 지급한 보험금은 공개되지 않았다.이에 대해 동부화재, 농협손보, AIG손보 등은 “다른 보험사들은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상품 출시를 거부했다”며 “공동인수제도를 활용해 보험가입을 받은 보험사들을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보험업계는 시간이 지나 사고 데이터가 더 쌓이면 환경책임보험을 다루는 보험사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가축보험도 처음엔 농협손보만 취급하다가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는 게 알려지면서 여러 보험사가 앞다퉈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우/김순신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