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세계] "트럼프, 군기 잡으려 하겠지만 문 대통령 밀리지 않을 것"

과거와 달리 정상회담 사전 조율 미흡
트럼프, 현안에 대해 맘대로 얘기하려는 것

북 공격 불가→미 이익 부합 노력→대북문제서
한국 주도적 역할 필요 설득해야
외교·안보 현안에 밝은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2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주일 뒤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군기를 잡으려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중진은 필자와 만나 “통상 정상회담 전에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 장관 선에서 조율을 마치고 회담에선 정상들이 사인 정도를 하는 것인데 이번은 조금 다른 것 같다”며 이 같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교하게 조율이 이뤄지는 게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이 같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교실무를 책임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임명된 지 5일밖에 안됐다. 게다가 미국의 협상 파트너인 틸러슨 국무장관과는 아직 안면도 트지 못한 상태다. 여러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한 끝에 취임한지 4일 만에 겨우 전화통화를 한 정도다.

이 중진은 “트럼프가 각종 현안에 대해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더라도 뚝심과 내공이 있는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금의 갈등설 속에서 막상 뚜껑을 열면 나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에게 3단계 협상론을 주문했다. “우선 트럼프와의 담판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답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순간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이 것은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 공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공격정치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공격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하다.두 번째는 “한국이 미국의 이익에 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트럼프를 설득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으로 절대 손해보는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쪽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와의 담판을 위해선 ‘선물 보따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아베-트럼프 정상회담을 앞두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트럼프를 만나 100조원 투자를 약속하는 등 트럼프에 선물을 안겼다.

이를 토대로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확보하는 게 세 번째다. 미국이 대북협상의 주도권을 한국에 주면 한국이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북한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쪽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은이 미쳤다는 걸 누가 모르냐. 우린 3만명이 넘는 탈북자가 있고 나름 북한에 대한 대인정보가 많다. 한국도 30년 전의 한국이 아니다. 잘 풀어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설득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先) 북핵 동결 후(後) 북핵 폐기라는 2단계 협상전략을 제시한 상태다.이 중진은 트럼프와의 담판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둔다면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트럼프에게 줄 선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선 일부 기업의 대규모 미국 투자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