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한낮엔 15분마다 '벌컥벌컥'…열 받는 여름, 물 한잔이 보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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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사람 잡는 온열질환이른 폭염에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 평균 기온은 18.7도로 1973년 이래 가장 더웠다. 6월 기온도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장마철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는 마른장마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
6월인데 벌써 폭염
연일 30도 넘는 기온에 마른 장마
작년 온열질환자 1년새 두 배 늘어
체온조절 기능 떨어지는 노인 위험
땀 안나는 열사병 주의보
고온의 밀폐 공간서 오래 머무르면
체온 40도 웃돌면서 발작 일으켜
의식 있는지 확인 후 체온 낮춰야
충분한 수분 섭취가 최선
커피·맥주는 오히려 탈수 촉진
야외활동 줄이고 실내 일조량 조절
서울시에 따르면 마른장마와 폭염이 심했던 지난해 여름 온열질환자는 787명으로 2015년 392명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기온 환경일 것으로 예상돼 대비가 필요하다. 여름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온열질환 종류와 대처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노인, 심뇌혈관 질환자는 더 위험
온열질환으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한 해 3000명 정도다. 환자는 낮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사망자는 점차 증가해 2014년 1명이었던 사망자가 지난해 17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60% 이상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고령층일수록 각종 온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온열질환은 열 때문에 발생하는 응급 질환이다.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생긴다. 폭염이 지속돼 체온이 증가하면서 탈수 증상이나 의식 소실 등이 나타나는 일사병과 열사병,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열경련 등이 대표적이다. 강한 자외선에 노출돼 일시적으로 눈에 화상 증상이 나타나는 광각막염,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한 피부 질환 등도 온열질환이다. 대개 어지럼증과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데 심하면 사망한다.대표적 온열질환인 일사병은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땀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 체액이 부족할 때 생기는 질환이다. 체온이 정상 수준인 36.5도를 넘어 37~40도까지 올라간다. 일사병이 생기면 심장이 혈액을 잘 내보내지 못한다. 심장의 심실에서 1분 동안 내보내는 혈액의 양인 심박출량이 떨어진다. 높은 기온과 습도 때문에 체내 전해질과 영양분도 부족해진다. 결국 수분 부족으로 인한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 일사병이 생기면 어지러움, 약간의 정신 혼란,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된다.
열사병은 일사병보다 사망 위험이 큰 질환이다. 평균 사망률이 30%에 이르는데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면 환자 대부분이 사망한다. 일사병과 달리 고온의 밀폐된 공간에 오래 머물 때 생기는 일이 많다. 고온의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거나 운동 등의 신체활동을 무리하게 하면 체온 유지를 담당하는 중추 신경계에 문제가 생긴다. 체온유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열사병이 생기면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정신 혼란, 발작, 의식 소실 등이 발생한다. 경련이나 근육 강직도 나타난다.이외에도 열경련과 열부종 등이 있다. 열경련은 고온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근육에 경련이 일어난다. 두통과 오한이 주요 증상이고, 심한 경우에는 의식장애와 혼수상태를 동반할 수 있다. 그 외 피부 혈관이 확장돼 손과 발, 발목에 부종이 생기는 열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줄 수 있지만 65세 이상 노인, 심뇌혈관 질환자, 어린이에게 더욱 위험하다.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노인의학센터장은 “인체는 체온 조절을 위해 땀샘에서 땀을 분비하도록 돼 있는데 노인은 땀샘 기능이 떨어져 땀 배출을 통한 체온 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노인이 갖고 있는 만성질환도 외부 온도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노인은 평소 복용하는 약이 많은데 이 중 체온 조절을 방해하는 약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센터장은 “고령자는 신체 노화 때문에 온열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평소 생활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사병은 사망에 이를 수도
온열질환자가 생겼을 때는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땀의 유무로 구분할 수 있다. 일사병 환자는 땀이 많이 나지만 열사병 환자는 땀이 나지 않는다. 일사병보다 열사병이 더 위험하기 때문에 고온에 노출된 뒤 어지럼증 등을 느끼는 환자에게 땀이 나지 않으면 즉시 대처가 필요하다.
일사병 환자를 발견하면 시원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옷이나 불필요한 장비를 제거해 몸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다리는 머리보다 높이 두고 바르게 눕는 자세가 좋다. 의식이 뚜렷하고 맥박이 안정적이며 구토 증상이 없으면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면 된다. 물이나 이온음료 등을 마시도록 한다. 만약 속이 울렁거리는 등 구역감이 있거나 구토를 하면 억지로 물이나 음료 등을 마시게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병원을 찾아 정맥을 통해 수액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의식 확인이다. 의식이 있으면 시원한 장소로 옮겨 옷을 벗기고 피부를 식혀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 이후 물을 먹도록 돕는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의식이 없으면 즉시 119에 신고한 뒤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환자를 시원한 곳에 옮겨 피부를 식히고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
커피·술보다는 물 마셔야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무더위를 피해야 한다. 체온 조절 능력이 낮아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층이나 어린이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김기덕 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은 “폭염에는 체온이 높아지고 심장이 이완돼 심장이 느끼는 부담이 증가한다”며 “심장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면 심근경색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심장질환자도 무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여름철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 음료나 술은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 물이나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낮에는 적어도 15분에 한 잔은 마시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양산이나 챙이 넓은 모자로 햇볕을 차단하는 게 좋다. 헐렁하고 밝은 색상의 옷을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동 중 틈틈이 그늘에서 일정 시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의 25.8%는 실내에서 발생했다. 일조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커튼 등을 이용해 집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해야 한다.이 센터장은 “더위가 심한 오후 시간에 밭일이나 야외 활동을 오래 하다가 얼굴이 창백해지고 두통과 구토 등이 나타나는 일사병을 많이 겪게 된다”며 “고령층은 스스로 신체 변화를 인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건강 상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