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세계] 송영무 음주운전 드러나…야당보다 못한 청와대 검증

靑 "검증과정서 알지 못했다" 與 "고액 자문료 문제 없어"
"대통령이 설득해도 장관 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났다. 월 3000만원의 고액 자문료 논란에 이어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 것이다. 야당 의원이 파악한 음주운전 사실을 청와대에선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부실한 검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이 부실한 인사검증을 따지겠다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국회 국방위 소속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27일 송 후보자가 과거 해군 재직 시절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송 후보자의 과거 음주운전 사실에 대해 결정적 제보를 받고 경남 진해기지사령부를 직접 방문했다”며 “송 후보자가 해군작전사령부 작전 참모처 계획과장(중령)으로 재직 중이던 1991년 진해 시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단속에 적발됐고 해군 작전사 헌병대로 이첩돼 '사건 접수부'에 이 사실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에도 불구하고 기록상 헌병대 및 법무실의 조사없이 바로 '소속 통보' 조치라는 사건 종결 처리 수순을 밟았다"며 "송 후보자는 그해 7월 1일 무난히 대령에 진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송 후보자가 해군 작전사 헌병들과 모의해 사건을 은폐했고, 진급 후에도 헌병대 수사과에 보관 중이던 음주 운전 관련 서류를 모두 은닉·파쇄해 현재 관련 기록이 해군에 남아있지 않다"며 인사 청문 과정에서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후보자 측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그는 또 "음주운전 사실이 기록된 사건 접수부의 존재를 확인해 해당 부대에서 해군본부로 자료를 보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본인의 음주운전 사실을 줄곧 숨겨왔고 증거자료 확인을 거부하는 점, 후보자 측에서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모든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송 후보자는 청문회가 아닌 군과 사법당국의 조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송 후보 측은 별도의 해명자료를 내고 "26년 전 음주 운전 사실이 있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유야 어찌 됐든 잘못된 행동임을 깊이 자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후보 측은 "당시 부대 인근에서 부하 직원 격려회식 시 음주 후 관사로 귀가하던 중 음주측정을 받았다"며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조치 됐고 그 후 음주 운전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은폐 의혹에 대해선 "음주 운전과 관련해 어떤 처벌도 통보받지 못했기에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무마하려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군에서 진급 예정자가 음주 운전으로 반드시 징계를 받는 '필요적 징계'는 2014년 이후 적용됐고, 91년 같은 부대에서 발생한 음주 운전 적발 건수가 33건이었는데 21건이 통보 후 종결된 바 있다"고 부인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적발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헌병대 내에만 자료가 있었고 우리는 자료가 없었다. 사찰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검증 체크리스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한 것 같다"며 "(송 후보자는 해당 음주운전이) 1991년 사안이고, 소속 부대에 이첩되어 종료된 것으로 알고서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송 후보자와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송 후보자 감싸기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방산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매도하는 송 후보자의 자문활동 대다수가 수출 자문이었다"면서 "자문료 지급에 있어 법적 하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송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불이익을 받거나 개혁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전·현직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낙마작전을 펼치고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당 일각에서는 송 후보자를 포함해 일부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장관직 제의를 고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차별적인 검증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도 설득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