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웨딩 인기 틈타 '스냅사진 먹튀'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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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사진작가와 거래올해 초 결혼한 주부 주모씨(30)는 반 년 만에 웨딩 사진 촬영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결혼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한 프리랜서 작가에게 촬영을 맡겼지만 이 작가가 돈만 받은 뒤 잠적했기 때문이다. 주씨는 “SNS에 올라온 사진을 믿고 정식 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계약금 10만원을 지급했지만 약속한 앨범과 액자 등을 받지 못했다”며 “돈도 돈이지만 추억과 설렘이 담긴 사진을 모두 날리게 돼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대부분 정식계약서 안 써
돈만 받고 잠적 사례 빈발
최근 ‘스냅사진 먹튀’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냅사진은 재빠르게 순간적인 장면을 촬영해 자연스런 동작이나 표정을 담는 사진을 말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틀에 박힌 기념사진 대신 스냅사진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공신력 있는 업체나 스튜디오가 아닌 SNS를 통해 프리랜서 작가와 1 대 1로 연락해 촬영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스몰 웨딩(작은 결혼식) 인기도 먹튀 사기의 성행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전문업체나 컨설팅회사를 통해 결혼 준비를 했지만 최근엔 예비부부 스스로 결혼을 준비하는 작은 결혼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의 예비부부가 스냅사진 촬영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사기에 손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진 촬영과 관련한 소비자 불편 상담만 한 해 2000건 안팎에 달한다”며 “스냅사진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사진만 받고 잠적하는 스냅사진 먹튀 고객 사례도 나온다. 프리랜서 작가 강모씨(41)는 지난달 SNS를 통해 연락이 닿은 한 예비부부의 야외 스냅사진을 촬영했다. 하지만 “원본 일부를 보내주면 보정할 사진을 고르겠다”던 예비부부는 이후 SNS를 탈퇴하고 강씨와 연락을 끊었다. 강씨는 “단돈 20만원에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며 “계약서도 안 쓰고 전화번호와 이름만으로 촬영을 한 게 화근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작가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