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라면값 인상에 역풍…30년 만에 점유율 50%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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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라면회사 농심의 시장 점유율이 30년 만에 50% 아래로 내려왔다.
대표제품인 '신라면' 매출이 주춤한 상황에서 이를 메워야 할 신제품마저 흥행에 실패한 게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농심이 지난해 말 오뚜기 등 경쟁사와 달리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도 점유율을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예전 같지 않은 '신라면'
29일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 5월 시장 점유율(판매수량 기준)은 49.4%를 기록해 1988년 이후 30년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농심의 점유율은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하락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국내 라면시장에서 62.1%를 점유했던 농심은 2015년 61.4%, 지난해에는 53.8%까지 내려왔다.
올해도 지난 1월 53.8%, 2월 52.6%, 3월 51.2%, 4월 51.2%로 꾸준히 떨어졌다. 이는 1997년 농심이 사업보고서에 점유율 정보를 공개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30년 간 국내 라면시장을 지배하고 한때 점유율이 80%에 육박했던 농심의 부진은 '포스트 신라면'의 부재에 기인한다.주력 상품인 신라면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짜왕' 이후 이렇다 할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면 국내 매출은 2013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4500억원으로 6% 넘게 떨어졌다. 짜왕은 2015년 출시 이후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현재 매출은 5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후 나온 '보글보글 부대찌개면'과 '콩나물 뚝배기' 등 신제품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한 가지 라면만 고집했지만 이제는 굵은 면, 국물 없는 라면, 비빔면 등으로 판매가 분산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한때 국민 라면으로 불리던 신라면 매출이 정체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농심의 라면값 인상도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지난해 12월 주요 제품인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의 값을 평균 5.5% 올렸다. 반면 경쟁사인 오뚜기와 팔도는 라면값을 올리지 않았다.
라면이 치킨, 소주와 함께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오뚜기 등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은 회사의 제품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5년 20.5%에 머물렀던 오뚜기 점유율은 지난해에는 23.2%, 지난달에는 25.2%까지 올라왔다. 가격을 올리지 않은 팔도도 가격을 올린 삼양식품을 제치고 지난 5월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농심 관계자는 "'볶음너구리', '참치마요큰사발' 등 짜왕 이후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며 "건면시장까지 포함했을 경우 여전히 5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라면 가격 동결한 오뚜기
국내 라면업계 2위 오뚜기는 10년째 라면값을 올리지 않는 등 가격 유지 정책을 쓰면서 농심의 점유율을 조금씩 뺏어오고 있다.
오뚜기는 2008년 라면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이후 여전히 10년 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도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라면 가격 인상을 놓고 계속 검토했다"며 "하지만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라는 점,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올해도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것도 오뚜기의 점유율 상승 이유로 꼽힌다. 오뚜기는 2015년 '진짬뽕'을 출시한 데 이어 '볶음진짬뽕', '함흥비빔면', '콩국수라면' 등 신제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함흥비빔면은 지금까지 약 750만개가 판매돼 '진짬뽕' 인기를 이었고 콩국수라면도 지난 5월 출시 이후 약 300만개가 판매됐다.
라면업계 3, 4위였던 삼양식품과 팔도도 자리를 바꿨다. 삼양식품은 '커리 불닭볶음면', '와사마요 볶음면' 등 신제품을 내놨음에도 지난 5월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5.4% 인상한 것이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팔도는 주력제품인 '팔도 비빔면'을 처음으로 1000만개 이상 판매해 라면업계 만년 꼴찌에서 탈출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대표제품인 '신라면' 매출이 주춤한 상황에서 이를 메워야 할 신제품마저 흥행에 실패한 게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농심이 지난해 말 오뚜기 등 경쟁사와 달리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도 점유율을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예전 같지 않은 '신라면'
29일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 5월 시장 점유율(판매수량 기준)은 49.4%를 기록해 1988년 이후 30년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농심의 점유율은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하락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국내 라면시장에서 62.1%를 점유했던 농심은 2015년 61.4%, 지난해에는 53.8%까지 내려왔다.
올해도 지난 1월 53.8%, 2월 52.6%, 3월 51.2%, 4월 51.2%로 꾸준히 떨어졌다. 이는 1997년 농심이 사업보고서에 점유율 정보를 공개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30년 간 국내 라면시장을 지배하고 한때 점유율이 80%에 육박했던 농심의 부진은 '포스트 신라면'의 부재에 기인한다.주력 상품인 신라면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짜왕' 이후 이렇다 할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면 국내 매출은 2013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4500억원으로 6% 넘게 떨어졌다. 짜왕은 2015년 출시 이후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현재 매출은 5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후 나온 '보글보글 부대찌개면'과 '콩나물 뚝배기' 등 신제품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한 가지 라면만 고집했지만 이제는 굵은 면, 국물 없는 라면, 비빔면 등으로 판매가 분산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한때 국민 라면으로 불리던 신라면 매출이 정체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농심의 라면값 인상도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지난해 12월 주요 제품인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의 값을 평균 5.5% 올렸다. 반면 경쟁사인 오뚜기와 팔도는 라면값을 올리지 않았다.
라면이 치킨, 소주와 함께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오뚜기 등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은 회사의 제품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5년 20.5%에 머물렀던 오뚜기 점유율은 지난해에는 23.2%, 지난달에는 25.2%까지 올라왔다. 가격을 올리지 않은 팔도도 가격을 올린 삼양식품을 제치고 지난 5월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농심 관계자는 "'볶음너구리', '참치마요큰사발' 등 짜왕 이후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며 "건면시장까지 포함했을 경우 여전히 5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라면 가격 동결한 오뚜기
국내 라면업계 2위 오뚜기는 10년째 라면값을 올리지 않는 등 가격 유지 정책을 쓰면서 농심의 점유율을 조금씩 뺏어오고 있다.
오뚜기는 2008년 라면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이후 여전히 10년 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도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라면 가격 인상을 놓고 계속 검토했다"며 "하지만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라는 점,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올해도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것도 오뚜기의 점유율 상승 이유로 꼽힌다. 오뚜기는 2015년 '진짬뽕'을 출시한 데 이어 '볶음진짬뽕', '함흥비빔면', '콩국수라면' 등 신제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함흥비빔면은 지금까지 약 750만개가 판매돼 '진짬뽕' 인기를 이었고 콩국수라면도 지난 5월 출시 이후 약 300만개가 판매됐다.
라면업계 3, 4위였던 삼양식품과 팔도도 자리를 바꿨다. 삼양식품은 '커리 불닭볶음면', '와사마요 볶음면' 등 신제품을 내놨음에도 지난 5월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5.4% 인상한 것이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팔도는 주력제품인 '팔도 비빔면'을 처음으로 1000만개 이상 판매해 라면업계 만년 꼴찌에서 탈출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