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에스와이제이 대표 "자투리 원단으로 만든 옷 대박…상장도 했어요"
입력
수정
지면A19
김정은 기자의 여풍당당 (17)“언니, 나도 디자인 배우고 싶어요. 제발 가르쳐 주세요.”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도매상인으로부터 청바지와 티셔츠 등을 사들여 온라인에서 팔던 김소영 씨는 욕심이 생겼다. ‘나만의 옷’을 만들고 싶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을 2년간 쫓아다니며 원단 고르는 노하우부터 디자인 작업지시서 쓰는 법까지 바닥부터 배웠다. 타고난 감각으로 발랄한 의류를 내놓자 동대문에서 차츰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스물여섯 살이던 2014년 의류제조업체 에스와이제이(SYJ)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성비 갑' 의류 탄생
봉제공장서 버린 원단 이어붙이는 기술 개발
가격 싸고 디자인 깜찍…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크라우드 펀딩 성공
미얀마 공장 조만간 설립…중국 등 글로벌 시장 도전
◆크라우드 펀딩으로 상장에스와이제이는 원가를 5분의 1가량 줄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형 봉제공장에서 버리는 원단을 주워다 이를 활용해서 제작한 것. 자투리 원단 이용 아이디어를 낸 건 김소영 대표다. 그는 “의류업계 후발주자로서 차별성을 갖추려면 가격 경쟁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형 의류회사 봉제공장에서 버리는 원단을 수거해서 이를 이어붙이는 임가공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브랜드인 아임쓰리 등은 귀여운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옷을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곧바로 찾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내놓는 등 창의적인 발상을 앞세워 첫해부터 이익을 냈다. 최근엔 개그우먼 백보람 씨가 운영해온 쇼핑몰 뽀람을 인수해 프리미엄 전략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해외 진출, 오프라인 매장 확대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를 받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금융회사들은 김 대표의 학력과 경력까지 캐물었고, 벤처캐피털과 창업투자회사는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김 대표가 찾은 해법은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IBK투자증권을 통해 7억원을 조달했고, 얼마 전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업으로는 최초로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 그는 “펀딩 및 상장을 위해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밤에 잠도 잘 못 잤다”며 “소식을 들은 날 너무 기쁜 나머지 집에 가서 혼자 소주 한잔했다”고 말했다. 회사명 에스와이제이는 창업 전 오픈마켓에서 여성복 판매자로 활동하던 당시 김 대표의 아이디다.
◆마얀마에 공장 설립
에스와이제이는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곧 미얀마에 생산법인을 설립한다. 미얀마 유명 백화점에도 입점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동남아를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삼아 중국 등 세계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에 오프라인 매장 열 곳을 열고, 내년엔 남성복에도 도전할 계획이다.4년차 신생 기업이다 보니 직원들도 젊다. 김 대표는 70여 명의 직원과 은어를 쓰며 대화하는 신세대 CEO다. ‘사장님’ 하고 부르면 아직은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할 정도다.
“꿈이 디자이너였어요. 하지만 공부엔 관심이 없었어요. 부모님은 ‘남들처럼 취업해서 평범하게 살라’고 하며 걱정하셨죠. 그래도 열정과 배짱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의 옷을 세계인에게 입히는 게 제 꿈입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