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돈 앞에선 죽음의 두려움도 사라진다

돈의 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돈을 벌고 소비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돈 때문에 웃고, 운다. 《돈의 힘》은 ‘돈을 대하는 사람의 심리’를 파고든다.

이 책은 수십 년간 진행된 돈과 관련된 다양한 심리실험 263가지를 소개한다. 돈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며 잘못된 실수를 저지르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폴란드 심리학자 토마시 잘레스키에비치 교수는 한 실험에서 참여자 중 절반에게 지폐 한 뭉치를, 나머지에겐 지폐와 같은 크기에 숫자가 쓰인 종이 뭉치를 준 뒤 뭉치에 적힌 숫자를 모두 더하게 했다. 이후 죽음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그 결과 돈을 계산하고 나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 돈을 만진 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저자는 “요즘 사람들은 지옥보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상태를 더 두려워한다”며 “돈은 인생의 가장 큰 두려움에 맞설 수 있다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돈을 벌 때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15유로짜리 도서상품권에 당첨될 수 있는 복권을 공짜로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복권을 다른 복권으로 교환하면 펜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모두가 복권을 교환했을 것 같지 않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실험에 응한 학생 중 56%만이 복권을 교환했다. 저자는 “혹시라도 바꾼 복권이 ‘꽝’ 일까봐 공짜 펜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책 말머리에 당연하지만 체득하기 어려운 명제를 제시한다. “돈은 우리가 어떻게 쓸지 알고 있을 때만 만족스러운 삶의 도구가 된다.…그래서 우리는 돈을 지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도지영 옮김, 위너스북, 340쪽, 1만6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