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힘에 기반한 미국 외교에 전적 공감"…트럼프 "장진호 연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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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트럼프, 125분 백악관 만찬 회동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사전 탐색 없이 곧바로 북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핵심 의제를 꺼내 드는 ‘정공법’을 구사했다.
문재인 "트럼프, 북핵 최우선 과제 삼아 희망적"
청와대 "화기애애"…미국측 "매우 성공적 만찬"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만찬 인사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을 해결한다면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한 위대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며, 대통령 또한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상호 친밀감을 다지는 ‘워밍업’ 성격의 만찬에서 곧바로 양국 현안을 파고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협상 스타일을 감안해 사전 탐색 단계를 생략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직후 트위터를 통해 “한국 대통령과의 매우 좋은 미팅이 방금 끝났다. 한국과 새로운 무역협상을 포함한 많은 주제를 논의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전 탐색 없이 현안 꺼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오랫동안 한·미가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곧바로 북한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북한 문제가 중요하다면서도 실제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양국의 무역 불균형 문제도 만찬 테이블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직후 트위터에서 “‘새로운 무역협정(new trade deal)’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발언과 미국 내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만찬에 미국 측에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재러드 쿠슈너 선임자문관, 개리 콘 국가경제회의 의장, 디나 파월 국가안보 부보좌관, 매슈 포틴저 NSC 선임보좌관 등 실세들이 총출동해 확대 정상회담을 방불케 했다. 한국 측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등이 배석했다.◆화기애애했던 첫 만남
두 정상이 북핵과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등 무거운 주제를 논의했지만 125분의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윤 수석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 간 대화는 시종 솔직하고 진지하게 이뤄졌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현안을 건설적으로 논의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측 참석자들도 만찬이 끝난 뒤 “오늘 만찬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양국 대통령이 첫 만남을 통해 신뢰와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국으로는 유일하게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라며 “한국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移植)한 나라는 미국으로, 한국의 성공은 미국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한 연설을 거론하며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며 “어제 연설에 대한 칭송의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축하의 말씀 드린다”고 화답했다.
워싱턴=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