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반한 삼기오토모티브의 기술력

엔진·변속기 부품 공급 국내 유일…현대차에 1127억 규모 납품 따내
'자동차 심장' 핵심부품 자체생산하는 아우디·폭스바겐도 믿고 맡겨

끊임없는 R&D투자의 결실
자체 알루미늄 용해로 보유…경쟁사보다 품질 경쟁력 앞서
김치환 삼기오토모티브 사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충남 서산공장에서 제품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삼기오토모티브 제공
알루미늄 다이캐스팅(고압 주조) 전문업체 삼기오토모티브의 높은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에 엔진 골격 부품인 실린더블록을 공급하기로 하면서다. 실린더블록은 높은 정밀도와 강도가 필요해 완성차업체가 직접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기오토모티브는 자동변속기 유압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 밸브보디도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그룹 등에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과 변속기에서 가장 중요한 두 부품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회사는 국내에서 삼기오토모티브가 유일하다.품질·가격 경쟁력 갖춰

삼기오토모티브는 최근 현대·기아차로부터 1127억원 규모의 엔진 실린더블록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지난해 매출(3044억원)의 37%에 해당하는 대규모 수주다. 공급 기간은 2019년부터 4년간이다. 현대·기아차는 삼기오토모티브가 공급하는 실린더블록을 모닝 엑센트 등에 장착하는 카파엔진에 활용할 계획이다.실린더블록은 엔진의 골격을 이루는 부품으로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한다. 피스톤이 왕복하는 원통형의 실린더, 냉각수가 순환하는 통로인 워터 재킷 등으로 구성된다. 실린더 내에서 연료를 폭발시키기 때문에 단단해야 하고 높은 열을 받아도 형태 변화가 없어야 한다. 대부분의 엔진 관련 부품을 실린더블록에 장착하기 때문에 모양도 복잡하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기밀성도 필수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완성차업체들은 대부분 실린더블록을 자체 생산한다. 부품업체에서 실린더블록을 공급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 업체의 기술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현재 현대·기아차에 실린더블록을 공급하는 회사는 화천기계, 대동금속 등 2~3개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률 제로에 근접삼기오토모티브는 자동변속기의 핵심 부품인 밸브보디도 현대·기아차와 아우디, 폭스바겐 등에 납품하고 있다. 밸브보디는 자동변속기가 기어 단수를 바꿀 때 유압을 제어하는 부품으로, 손바닥 두 개 면적에 수백 개의 오일 흐름도가 그려져 있을 정도로 복잡한 데다 높은 강도가 필요해 ‘다이캐스팅의 꽃’이라 불린다.

이 회사는 또 LG전자가 중국 전기차업체에 공급하는 충전기, 모터 등에 다이캐스팅 부품을 공급하는 등 친환경차 부문에서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김치환 삼기오토모티브 사장은 “밸브보디를 현대·기아차에 공급한 이력을 바탕으로 폭스바겐 공략에 성공한 것처럼 실린더블록이나 충전기부품 등도 국내 대기업 공급 이력을 내세워 해외 완성차업체에 납품을 적극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기오토모티브의 기술력은 밸브보디를 포함한 전체 생산 제품 불량률이 0.4PPM(1PPM=100만분의 1)이라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납품 후 완성차업체에서 발견한 필드클레임 기준이다. 다이캐스팅 부문에서 국내외 경쟁업체 불량률은 1PPM 이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삼기오토모티브는 충남 서산공장에 자체 알루미늄 용해로(시간당 생산량 9t)를 보유해 원재료 가격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김태형 삼기오토모티브 연구소장(상무)은 “알루미늄 스크랩(고철)을 용해로에서 녹여 순도를 끌어올리고 각종 합금을 추가하는 공정을 회사 내부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원재료를 사서 쓰는 경쟁사보다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