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공익제보의 순기능과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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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는 불법행위 미화 수단 될 수도더불어민주당 청문회 스타 대부분이 ‘침묵 모드’인 가운데 공직후보자가 기겁할 개인정보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쪽으로 쏠린다. 법원 판결문과 인감증명서 발급 기록을 제공한 정부 관서에 장관 후보자가 직접 항의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제보로 재미 보던 쪽이 제보 때문에 죽을 맛이다. 대선 막판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취업 관련 제보가 조작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당은 카오스 상태다. 이런 와중에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공익제보 활성화를 위한 제보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익신고 접수 대상 기관에 국회의원과 소속 정당을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기업 관련 제보는 보상금으로 유도하고
악의적 허위제보는 엄중히 처벌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내부고발’의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기 위해 ‘공익제보’로 용어를 바꿨는데 그 영향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된 느낌이다. 처음에는 법률 위반이나 부당한 예산 집행을 자신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을 경우 감사원이나 검찰에 제보하라는 소박한 의미였다. 금융과 공정거래 및 세금 관련 업무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자도 관여한다. 금융사기와 분식회계 및 불공정 행위와 탈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자의 공익제보가 필수적이다. 공익제보를 실천할 경우 형사책임 면제 또는 경감 혜택도 부여된다.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공익제보의 외연도 크게 확장됐다. 스노든은 2013년에 미국 정부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을 입증하는 자료를 빼내 공개했다. 투명성과 인권을 강조하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공익제보로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 정부가 반역죄와 간첩죄로 수배하자 러시아로 망명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노든이 반역자는 아니지만 국가 기밀정보 폭로는 잘못이라면서 자신의 업무에 대한 불만은 사직으로 끝냈어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9·11 사태 이후 미국 정보기관은 테러에 대처하기 위해 도청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유럽 각국에서 테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비교적 안전하다.
스노든의 내부정보 빼내기에 대해 기업들이 화들짝 놀랐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신기술과 오랫동안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무용지물로 만들 ‘스노든 유출(Snowden leak)’을 막기 위한 비용 부담이 천문학적이다. 공익제보가 미화되는 상황에서는 정보를 빼내려다 들켜도 공익제보를 들먹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 정책 중에는 도입 여부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공익제보 명분으로 공직자 발언이 대거 유출될 경우 소신 발언은 아예 자취를 감추고 선심성 재정운용으로 국가부채가 산더미를 이룰 위험이 크다. 지나쳤던 과거 인사청문회를 반성하면서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운영하는 방안까지 제시한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공익제보에 대한 입장은 의외다.
공익제보는 불법 행위 공모자의 자백을 유도해 범죄 피해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목표다. 최초 제보자는 보호되지만 타이밍을 놓친 공범은 엄중히 처벌된다. 공정거래를 해치는 불법 담합의 경우 최초 신고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이 면제된다. 분식회계와 탈세 등의 제보에는 보상금이 지급된다. 형사책임 경감을 위해서는 제보자가 자신의 범죄 행위를 구체적으로 자백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관세청 간부 승진을 미끼로 뇌물을 챙긴 사실을 숨긴 제보자가 구속돼 재판 중이다.기업 임직원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분식회계와 탈세를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엔론 사태는 전문경영인 제프 스킬링이 대주주 경영인 케네스 레이 회장 모르게 주도했다. 이중장부로 탈세를 주도하다가 막판에는 기업주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분식회계나 탈세를 직접 처리한 임직원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고 기업주에게 책임이 집중된다. 불법 행위를 직접 처리해도 형사 책임이 미미한 상황에서는 공익제보의 효과적 운영이 어렵다.
기업 관련 내부자의 공익제보는 형사 책임 감면과 보상금을 통해 유도하고 국민 건강과 안전, 환경과 소비자 보호, 공명선거와 국가권력의 공정성 등은 보상금보다는 국민의식 제고를 통해 활성화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제보자에 대한 비밀 보호는 철저히 유지하고 악의적 허위제보는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