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그림·온라인 열풍…상반기 경매시장에 989억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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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의 아트마켓 리포트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지난 4월 봄 경매에 내놓은 김환기의 청색 점화 ‘고요, 5-Ⅳ-73 #310’이 치열한 응찰 경합 끝에 65억5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앞서 2월 서울옥션의 온라인경매 전용 자회사 서울옥션블루에서는 작가 미상의 디자인 작품 ‘이집트 여인&사자상 조명’이 무려 1681회의 응찰 경합을 벌인 끝에 4105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김환기 그림값 급등
'고요…' 65억5000만원에 낙찰…국내 미술품 최고가 기록 경신
온라인 경매 열풍
서울옥션 78억·K옥션 52억 매출, 2016년보다 2.5배 가까이 급증
주춤한 홍콩 경매실적
한한령으로 265억원 판매 …2016년 같은 기간보다 44% 줄어
미술시장 ‘황제주’로 꼽히는 김환기와 온라인경매 열풍으로 국내 경매회사 서울옥션(477억원)과 K옥션(393억원), 크리스티코리아(45억원)의 올 상반기 미술품 경매에 915억원이 유입됐다. 군소 경매회사를 포함하면 낙찰총액은 989억원(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집계)에 달했다. 미술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제 미술시장의 회복 조짐과 새 정부 출범 기대감으로 세 경매회사의 상반기 낙찰총액은 전년 동기(956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호황, 국내외 증시 강세 등 경기회복 신호가 강해지면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는 유명 화가 그림에 꾸준히 투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환기 백남준 등 줄줄이 상한가
김환기의 작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술품 거래를 사실상 주도했다. 그의 1973년작 ‘고요, 5-Ⅳ-73 #310’ 외에 또 다른 추상화 ‘4 -Ⅵ-74 #334’(21억원), ‘무제’(5억6000만원) 등이 줄줄이 고가에 팔리며 낙찰총액(146억4000만원) 1위를 차지했다.
단색화가 박서보를 비롯해 백남준 김흥수 등의 작품도 잇달아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박서보의 1979년작 ‘묘법 No. 10-79-83’은 5월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수수료를 포함해 1026만홍콩달러(약 14억7400만원)에 팔려 1년 만에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백남준의 1996년작 비디오아트 ‘수사슴’(6억6000만원), 하모니즘 조형 창시자 김흥수의 1989년작 ‘파천’(5억5000만원)도 신고가 대열에 합류했다.
◆미술품 온라인시장 쾌속 성장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한 점당 1000만원 미만 중저가 미술품 거래도 시장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올 상반기 서울옥션과 K옥션 온라인 경매에서 거래된 그림 판매액은 130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52억원)보다 2.5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온라인 경매 참여 인원도 2만 명(서울옥션 기준)을 넘어섰다.
작년 10월 온라인경매 전용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를 설립한 서울옥션은 경매 품목을 기존 그림 위주에서 골동품 인형 보석 시계 디자인 등으로 확대해 올 상반기 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작년 초 계열회사인 K옥션온라인을 설립한 K옥션도 올 들어 20여 차례의 온라인 행사를 통해 52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온라인 경매 낙찰총액은 전체 경매시장 대비 14% 수준에 불과하지만 성장률이 가팔라 올해 안에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K아트 전진기지, 홍콩 판매 주춤
K아트 수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홍콩의 경매 실적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주춤했다. 서울옥션과 크리스티코리아는 홍콩에서 잇달아 경매를 열어 265억원(서울옥션 220억원, 크리스티코리아 45억원)의 그림을 판매했다. 작년 상반기(473억원) 대비 크게 줄었지만 경매된 작품은 대부분 추정가 범위보다 비싸게 팔려 한국 그림이 아시아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K옥션의 지난달 여름 경매에서 고서화, 서예, 공예품, 도자기 등이 대거 팔리며 88% 낙찰률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매수자금 유입 기대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는 유명 화가의 그림에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술시장에 유입되는 현금이 늘고 있다”며 “미술품 가격이 오르기 전 기회를 노리는 자금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일부 미술전문가는 “부동산 경기가 하반기 이후 각종 규제로 경착륙할 경우 미술시장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