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재계약할 땐 8700만원 올려줘야 했는데…서울 전세 재계약, 올해는 그나마 3000만원만 올려 달라네요
입력
수정
지면A27
상반기 전세시장 모처럼 '평온'올 상반기 전국 전셋값이 8년 만에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소폭의 오름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상승률이 2009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전국에서 53만 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전세가격 안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높은 전세가를 레버리지로 삼아 주택을 구매한 ‘갭투자’의 투자 리스크는 한층 커지게 됐다.◆전셋값 안정세 뚜렷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39%를 기록했다. 2009년 상반기(-0.5%) 이후 가장 낮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2013~2015년 같은 기간 2.4~3.8%의 상승률을 기록하던 전셋값은 지난해 0.99%로 소폭 오르는 데 그치더니 올 들어서도 안정세를 나타냈다.
전국 전셋값 상승률 0.39%…2009년 이후 가장 낮은 폭
대구·경북선 전세금 돌려받기도
하반기에도 입주물량 많아
전국 22만가구 입주 예정…동탄2·시흥·수원·평택 등에 몰려
재건축·재개발 이주수요 많은 서울 강동은 '전세확보' 치열할듯
수도권 전세가격도 상반기 0.83% 오르는 데 그쳤다. 2012년 상반기 0.6% 하락했던 수도권 전셋값은 2013년(2.37%)부터 2015년(5.43%)까지 큰 폭으로 올랐다가 지난해 1.57% 상승에 머물렀다.올 상반기 전국 가구당 평균 전세가격은 2억4319만원을 기록했다. 2년 전(2억1906만원)보다 2413만원 올랐다. 2년 단위로 치르는 전세 재계약 비용 증가액은 1413만원을 나타냈다. 2015년에는 4379만원을 더 내야 했다. 전세 재계약 증액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서울은 2년 전 8696만원을 집주인에게 추가로 줘야 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3137만원 더 내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꾸준히 오른 데 비해 전세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올 들어 전세가율도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전국 전세가율은 75.5%로 2~4월 전세가율(75.7%)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올해 초 73.3% 수준이던 서울 전세가율도 지난달 72.4%로 하락했다.
일부 지역에선 전세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곳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한 갭투자자들은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다른 곳에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구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세가격은 2억1411만원으로 2년 전(2억2122만원)보다 711만원 내려갔다. 경북 지역도 전세 재계약 시 2년 전보다 평균 65만원 덜 내는 것으로 집계됐다.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갭투자 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했다.
◆하반기 입주 물량 풍부
하반기에는 전국에서 22만 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한다. 내년에도 31만 가구가 입주를 대기 중이다.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대규모로 공급된 아파트들의 입주 시기가 도래하면서 입주 물량이 예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다. 수도권의 경우 입주 물량이 주로 외곽지역 택지지구·신도시에 몰려 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시흥 배곧신도시·은계보금자리·목감지구, 수원, 용인, 평택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 입주 물량이 많다. 이에 따라 수도권 외곽 지역 전셋값은 하반기에도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그러나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의 공급 물량은 예년 수준이어서 재개발·재건축 등 이주 수요가 많은 곳에선 국지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