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치 바로세우기' 나선 홍준표…기대·우려 교차하는 한국당

현장에서

호남 없는 지도부·영남색 강화
"극우로 가는것 아니냐" 우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가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됐다. 하지만 4일 만난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표정은 별로 밝지 않았다. 정통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정농단 사태’로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되찾는 역할을 새 지도부가 해낼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아서다.

홍 대표는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보수 우파의 가치를 바로세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 우파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1856자 기자회견문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과거 발언으로 짐작해 볼 수는 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때 “강성 귀족노조를 타파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공무원 수를 줄이겠다고도 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을 깨고 정부 개입보다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것이 우파 정책에 가깝기는 하다. 그러나 귀족노조 타파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곧 보수 우파의 핵심 가치는 아니다. 당 안팎에선 홍 대표가 말하는 보수 가치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 등을 지키는 것보다 반공에 치우친 낡은 이념으로 기울지는 않을지 우려한다.

홍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에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운동권 정권’으로 규정했다. 류여해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절대 좌빨한테 이 나라를 뺏기지 않겠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국민을 모욕하는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다. 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홍 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청산 여론에 대해 “당 구성원으로서 함께 가야 옳다”고 말했다. 친박·비박(비박근혜)이 벌이던 계파 싸움은 친홍(친홍준표)·비홍(비홍준표)으로 외양만 바뀌어 재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철우·류여해 최고위원은 친홍, 김태흠·이재만 최고위원은 친박 성향이다.

‘영남당’ 색채도 연해지지 않았다. 최고위원회 멤버 9명 중 홍 대표를 포함해 영남 출신이 4명이다.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다. 한국당은 그간 호남에서 취약한 지지세를 만회하기 위해 선출직 대표와 최고위원 중 호남 출신이 없을 경우 당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최고위원 한 자리를 호남 출신에게 줬다. 홍 대표는 이 지명권을 부산 출신 이종혁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데 썼다. 당내에선 홍 대표 출범으로 강경 보수 색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승호 정치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