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홍 정밀의료사업단장 "암 치료 공유 사이트 개설…신약·새 치료법 공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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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중소병원 암환자 신약 임상 참여 기회 확대

김열홍 정밀의료사업단장(고려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사진)은 5일 인터뷰를 하고 “사업단을 통해 지역 중소병원에서 치료받는 암 환자가 자신에게 맞는 신약 임상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단은 임상에 참여하지 않는 지방병원에서 치료받는 암 환자도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달 공식 출범한 정밀의료사업단은 한국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 등 정밀의료 연구를 담당하는 국내 첫 사업단이다. 김 단장은 2021년까지 항암신약 3개를 개발하고 한국인 암 환자 1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정밀의료 사업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암은 치료반응률이 25% 정도로 다른 질환 치료반응률(70%)보다 낮다. 부작용도 심하다. 정밀의료는 환자의 유전자,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맞춤형 치료를 하는 것을 말한다. 김 단장은 “정밀의료가 실현되면 암 치료반응률을 75%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암 환자 장기 생존율도 크게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밀의료를 위해서는 암 환자 데이터가 중요하다. 데이터가 쌓여야 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고 이에 맞는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표준화도 중요하다. 병원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면 분석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김 단장은 “진단 분야 전문의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공통 진단 패널을 개발할 것”이라며 “두 가지 진단 플랫폼으로 환자 생체정보를 점검해 데이터 질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미국 일본 영국 중국 등은 4~5년 전부터 정밀의료를 국가사업으로 육성하고 연구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후발주자다. 김 단장은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유전체 분석은 혈액이나 체액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액체생검으로, 치료제 개발은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 병용 요법 등으로 바뀌고 있다”며 “앞서 시작한 나라는 이런 트렌드에 오히려 뒤처질 수 있다”고 했다.
사업단은 새로운 암 유전체 변이를 찾고 이에 맞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기존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함께 투여했을 때 반응하는 새로운 유전체 변이를 찾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표적치료제만으로는 효과가 떨어지지만 면역항암제를 함께 쓰면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며 “이를 토대로 신약을 개발하면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