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브로맨스'…중국, 자금난 겪는 러시아 은행에 수혈

미국·유럽 제재 받은 국영 기업에 110억달러 규모 위안화로 지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4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최고 권위의 성안드레이 훈장을 받은 뒤 웃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국영 금융회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브로맨스(남성간 끈끈한 우애)’가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영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브네시에코놈뱅크(VEB)에 총 110억달러(약 12조66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지원금은 중국개발은행이 위안화로 공급할 예정이다.이는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 조치로 RDIF와 VEB가 달러화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러시아 국영 금융회사들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분 사태에 무력 개입하자 서방국가들이 제재 조치에 나서 자금난을 겪어 왔다.

중국개발은행은 RDIF와 공동 펀드를 조성해 중국과 러시아 간 국경지역 인프라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 주석이 주창해온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러시아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경제연합’ 구상 간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중국개발은행은 또 VEB에 15년 만기의 저리 자금을 대출해줄 예정이다. VEB는 중국개발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러시아 에너지·교통 관련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중국의 이번 결정은 북한 핵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의 문제에서 중국을 지지해 온 러시아를 확실한 ‘내 편’으로 묶어두기 위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그동안 러시아 내에서 중국과의 밀월관계가 경제적으로 별다른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회의론이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