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프로의 슬라이스 퇴치법 "공 뒤쪽 '인-아웃 궤도' 선상에 티를 놓고 헤드가 지나가게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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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1
그녀들 원샷 원킬 족집게 레슨
다리 더 벌리고 셋업하면 페이스 열리는 걸 막아줘
드로·훅 걸리는 현상 응용, 클럽의 토 쪽으로 공 쳐야
임팩트 때까지 오른발 뒤꿈치 떼지 않으면 중심축 잘 잡혀

아마추어의 80%가 겪고 있다는 ‘골프병’이 슬라이스다. 갖은 처방이 나와 있지만 잘 고쳐지지 않아 고질병으로도 불린다. ‘슬라이스 시장(market)’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드라이버, 스프레이, 티(tee) 등 슬라이스 방지 전용 상품이 쏠쏠하게 팔리는 틈새시장이다. 일부 티칭 프로는 “슬라이스 교정으로 밥 먹고 산다”는 농담을 한다.프로라고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챔피언 출신인 정혜진 프로(30)도 투어 프로 시절 슬라이스에 발목이 잡혀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그는 “스윙 교정은 물론 장비 교체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나서야 겨우 슬라이스를 잡을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2012년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당시의 슬라이스 분투기는 ‘고객’을 위한 실전 레슨에 쏠쏠한 도움이 된다. 정 프로는 지난 3월 10년간의 투어 프로생활을 접고 NH투자증권 마케팅 담당 직원으로 변신했다.
“슬라이스는 클럽 헤드가 지나가는 길을 기준으로 헤드 페이스가 열려 있을 때 납니다. 이걸 목표 방향 기준으로 열렸을 때로 착각하는 분이 의외로 많아요.”
슬라이스가 무서워 클럽 헤드를 닫아치거나 왼쪽을 바라보고 공을 쳤는데도 오른쪽으로 더 크게 슬라이스가 나는 일명 ‘비행접시샷’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가 제시한 가장 간단한 퇴치 도구는 ‘티’다. 아마추어에서 가장 많이 관측되는 아웃-인 스윙 궤도를 인-아웃으로 바꿔주는 가이드 표식이다. 아웃-인 궤도란 클럽 헤드가 공의 오른쪽 옆구리를 깎아쳐 시계방향 회전력이 생기게 하는 대표적인 ‘문제적 스윙’이다. 이를 인-아웃 궤도로 밀어치면 슬라이스 회전이 줄어든다는 게 정 프로의 설명이다.그는 “다운스윙을 할 때 헤드가 티 위를 통과해 공을 향하게 하는 게 요령”이라며 “아마추어에게 이 방법을 권했더니 곧장 효과를 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때도 푸시 슬라이스가 생길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보완동작까지 해주면 금상첨화다. 우선 양발을 평소보다 10㎝ 이상 넓게 서는 것이다. 어깨나 엉덩이가 지나치게 빨리 돌아 클럽 헤드가 따라가지 못해 페이스가 열리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는 오른발 뒤꿈치를 임팩트 때까지 떼지 않는 것이다. 클럽 페이스를 연 채로 몸이 목표 방향으로 밀려나가는 걸 줄여준다.
클럽의 토(toe) 부분으로 공을 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토 쪽에 공이 맞으면 공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려는 현상이 발생해요. 이런저런 방법이 잘 먹히지 않으면 마지막에 한 번 시도해볼 만한 응급처치법입니다.”■ 정혜진 프로는
◆1987년 9월14일 경기 여주 출생
◆NH투자증권 경영지원부 마케팅 프로
◆2005년 KLPGA 입회
◆수상경력 2012년 KLPGA 왕중왕전 우승 2012년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우승
용인=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