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 때 뇌파 조절하면 기억력 2배로

기초과학연구원 인지연구단
국제학술지 뉴런에 발표
잠을 잘 때 나오는 뇌파를 조절하면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단장(왼쪽)과 샤를 프랑수아 라추만 연구위원(오른쪽) 등은 잠을 잘 때 뇌에서 나오는 ‘수면 뇌파’ 세 종류를 동시에 발생시키면 장기기억에 해당하는 학습 기억력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뉴런 7일자에 발표했다.뇌의 해마가 관할하는 장기기억은 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습 후 잠을 자면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진은 수면을 돕는 뇌파인 수면방추파와 기억 및 학습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대뇌피질의 ‘서파’, 해마의 ‘SWR파’가 상호 작용하면서 기억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실험했다. 빛으로 특정 단백질과 유전자만 자극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생쥐 머리에 광케이블을 꽂아 수면방추파를 발생하게 했다.

연구진은 먼저 특정한 소리가 들리는 방에서 생쥐에게 2초 동안 전기충격을 준 뒤 잠을 재웠다. 그리고 서파가 나타날 때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발생시켰다. 하루가 지난 뒤 전기충격을 준 방에서 서파 발생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한 생쥐는 그렇지 않은 생쥐보다 2배 더 긴 시간 동안 공포로 얼어붙은 행동을 보였다. 뇌파 자극이 해마의 장기기억을 높인 결과다. 또 대뇌 피질의 서파가 생기는 때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하면 해마의 SWR파까지 동원되면서 세 종류의 뇌파가 동시에 발생하는 동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 세 종류 뇌파의 동조를 통해 해마에서 생성된 학습정보가 대뇌피질의 전두엽으로 전달되면서 장기기억이 강화된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광유전학을 이용해 거꾸로 뇌파의 동조를 깨뜨리면 공포 기억을 회상하는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등 트라우마 치료, 공포 기억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