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끝났다"…글로벌 '긴축 공포'에 채권값 급락

"금리 더 낮출 필요 없다" ECB 6월 회의록 공개돼
미국 FOMC도 자산축소 언급

출구 찾는 투자자들
한국·독일·일본 등 10년물 국채값
'긴축발작' 우려에 줄줄이 하락
"채권 매도세, 이제부터 시작"
미국 중앙은행(Fed)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BOE) 등이 줄줄이 긴축 신호를 보내며 전 세계 채권값이 급락했다. 각국의 양적완화(QE)가 ‘끝물’에 이르렀다는 분석과 함께 글로벌 채권시장이 장기 하락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선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의 긴축 시사 발언 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제부턴 금리 오른다”6일(현지시간) 채권 시장에 악재가 줄줄이 터졌다. 이날 공개된 ECB의 지난달 회의록에서 위원들은 자산 매입을 점차 늘릴 수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 끝에 이 문구는 유지하되 대신 ‘금리를 현 수준이나 더 낮은 수준으로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문장에서 ‘더 낮은 수준’이라는 부분만 삭제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4%까지 떨어뜨린 ECB가 더 이상 금리를 낮출 필요가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프랑수아 빌레로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앞으로 금리가 오를 테니 국가 부채 비용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보도됐다. 전날 공개된 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참가자 중 일부가 수개월 내 보유자산 축소를 주장했다. 이 모든 방향이 긴축을 가리키면서 시장이 급격히 반응했다.

◆유럽·미국·일본 국채값 급락이날 채권값 급락세는 유럽부터 시작됐다. ECB 회의록, 빌레로이 총재 등의 발언으로 그러잖아도 상승세를 타고 있던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이 급등했다. 불과 1주일 전 연 0.25%에 거래된 독일 국채 10년물은 이날 심리적 저항선인 연 0.5%를 뚫고 올라갔다. 0.5% 선을 돌파한 것은 작년 1월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어 다른 나라로 번져나갔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3bp(1bp=0.01%포인트) 뛰어오른 연 2.37%까지 솟았다. 장중 한때 연 2.39%를 찍기도 했다. 심리적 저항선인 2.42%를 거칠게 위협했다. 30년물 수익률도 5.4bp 오른 연 2.91%를 기록했다. 50일, 20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했다.

일본 국채 시장도 7일 장이 열리자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한때 연 0.108%(블룸버그 기준)까지 뛰었다. 5개월여 만의 최고치였다. 금융완화를 위해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0% 안팎에서 묶어두겠다고 했던 일본은행(BOJ)이 황급히 나섰다. 10년물 국채를 연 0.11%에 무제한 사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오를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해준 것이다.또 정기적으로 벌이던 잔존만기 5~10년짜리 국채 매입 규모를 4500억엔에서 5000억엔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수익률은 연 0.084%까지 내려갔다가 0.087%에 마감했다.

◆건들락 “채권 하락, 이제부터 시작”

시장에서는 중앙은행들이 긴축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지만, 갑작스런 큰 폭의 금리 인상보다 점진적이고 완만한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방향은 뚜렷하다.‘신(新)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 경제 환경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다른 (통화) 정책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며 “올 연말까지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연 3%를 향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전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금리가 바닥에 다다랐다고 주장해 온 그는 “채권 매도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7일 유럽시장 개장 후 독일 국채 수익률(한국시간 오후 10시 기준)은 전날보다 오른 연 0.576%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날과 비슷한 2.39%를 기록했다. 한편 미국 노동부는 지난 6월 22만2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고 이날 발표했다. 월가 예상치인 17만4000개보다 5만개 가까이 오른 수치다. 실업률은 5월보다 0.1%포인트 오른 4.4%를 기록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상은 기자/도쿄=김동욱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