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한자리, 신한사태 당사자들의 어색한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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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이백순, 신상훈 7년 만에 한자리에
서로 포옹하고 악수했지만 앙금은 여전히 남은 듯
신상훈 전 사장 “의례적인 인사를 한 것일 뿐 화해한 건 아니다”

지난 2010년 신한사태로 쌓인 앙금을 뒤로 하고 당사자들끼리 포옹과 악수를 건네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7일 이희건한일교류재단 주최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음악회’에서다.이희건한일교류재단은 이날 행사에 신한금융 주요주주 및 그룹 내 전·현직 임원 등 200여명을 초청했다. 신한사태의 당사자들인 라 전 회장,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등과 전직 임원인 한동우 고문, 이용만 전 행장, 이인호 전 행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현직 임원인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행장 등이 총출동했다 .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라 전 회장 순으로 시차를 두고 각각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냉랭했다. 가장 먼저 행사장에 도착한 신 전 사장은 라 전 회장에게 인사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시간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착한 이 전 행장은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좋겠다”며 “선배(신 전 사장)인데 인사도 드리고 말씀도 나누겠다”며 했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도착한 라 전 회장은 “(신 전 사장과) 절대 안 만난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 화해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였다.하지만 막상 행사가 시작되자 화해 무드가 연출됐다. 후배인 이 전 행장이 먼저 행사장에 도착해 있던 신 전 사장에게 다가가 “선배님, 잘 지내셨습니까”라며 90도로 인사했다. 이에 신 전 사장도 밝게 웃으면서 “연락 좀 하고 살자”고 악수를 나눴다. 이어 라 전 회장이 들어서자 이번에는 신 전 사장이 라 전 회장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라 전 회장이 웃으며 “연락 좀 하고 살자”고 말하자 신 전 사장은 “제가 바쁘잖아요”라며 농담을 건네면서 손을 잡고 포옹까지 나눴다.
신한사태 당사자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며 7년 만에 해묵은 앙금을 털어내는 듯한 모습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여전히 앙금은 남아있었다. 먼저 행사장을 빠져나온 신 전 사장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것일 뿐 화해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측이) 공식적으로 사죄를 표명해야 한다”며 “진정성을 보고 화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