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雨요일 이 곳에 가면 나도 물빛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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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E5
비가 오면 더 아름다운 여행지 6선

도심 우중 산책로 안성맞춤 창덕궁 코스비는 산수풍경을 그리는 붓이다. 궁궐 낙숫물은 단단한 돌에 홈을 파낸다. 빗물은 초목의 갈증을 해소하고, 차갑게 열린 하늘 아래 포근한 흙냄새를 풍긴다. 도심에 내리는 비는 빼곡한 공간에 여백을 만들어 청량한 빗소리로 그 풍경을 채운다. 34만490㎡에 달하는 서울 율곡로 창덕궁 후원의 자연은 그렇게 깨어난다. 비 오는 날 창덕궁을 걷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다. 차분하게 깊어진 궁궐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비가 많이 온 다음날이면 인왕산 수성동계곡으로 발길을 옮기자. 도심 우중의 완벽한 산책로다. 안평대군과 조선 선비들은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를 장단 삼아 시를 읊조렸다. 냇가에 돌덩이를 들추고 숨은 생명을 찾아내듯이 비는 멈춘 듯한 풍경을 움직인다. 수성동계곡이 있는 서촌은 윤동주 하숙집 터와 통의동 보안여관, 대오서점 등 한국 근현대사가 곳곳에 남아 있다. 우산을 쓰고 숨바꼭질하듯 그 발자취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현무암 비경 속 ‘은밀한 폭포’ 비둘기낭로

연꽃의 바다로 떠나는 감성 여행 건넌들길강원 화천의 7월은 물빛, 하늘빛, 연꽃 빛이 어우러진 풍경화다. 화천과 춘천의 경계쯤 자리한 서오지리는 춘천댐 건설로 마을 앞이 물에 잠기면서 강변 습지에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부터 연을 심어 연꽃 피는 마을로 변신했다. 15만㎡에 이르는 연꽃단지에 백련, 홍련, 수련, 왜개연꽃, 어리연꽃, 가시연 등이 피어 8월 말까지 황홀한 연꽃 바다가 된다. 연아이스크림과 연잎차, 연꽃차, 연잎밥 등 건강한 먹거리도 갖췄다. 화천에서 생산한 목재를 이용한 화천목재문화체험장, 신나는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붕어섬, 아름다운 풍경화 속을 걷는 듯 감동을 주는 숲으로다리, 캠핑과 물놀이에 좋은 딴산유원지, 화천의 상징 산천어를 보고 배우는 토속어류생태체험관 등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볼거리로 가득하다. 서오지리, 숲으로다리, 거례리 수목공원은 화천 3대 감성 여행지로 물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이나 비 오는 날에 운치가 있다.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빗소리에 세상 시름을 씻어내다 옥순봉로12길
정방사에서 내려오면 다양한 솟대 작품을 전시한 능강솟대문화공간이 있다. 제천을 대표하는 청풍호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의림지도 빼놓을 수 없다. 유행가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한 박달재, 청풍호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 백봉전망대, 1801년 신유박해 때 많은 천주교인이 숨어 지낸 배론성지도 함께 돌아보면 좋은 명소다. 제천시청 관광레저과
구름 숲 속 화가의 방 운림산방로
구름 운(雲)에 수풀 림(林). 전남 진도 최고봉 첨찰산 자락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말년을 보낸 집이다. 1808년 진도읍 쌍정리에서 태어난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며,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관직을 받는 등 조선 제일의 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당쟁에 휘말린 추사가 유배를 거듭하다 세상을 뜨자, 허련은 고향으로 돌아와 첨찰산 쌍계사 옆에 소박한 집을 짓고 죽을 때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운림산방과 이웃한 쌍계사는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유명하다. 운림산방에서 쌍계사 상록수림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허련의 산책로였다. 아이와 함께라면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 공연을 보고, 가까운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무료 공연까지 즐겨보자. 운림산방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비가 보이는 가송길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