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백조' 폭격훈련 목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대

미국 B-1B 랜서 첫 실사격 훈련

올들어 9차례 한반도 출격
대북 압박 수위 높여…긴장 고조
북한 반발…군사회담 성사 난기류
"북한 ICBM 성공은 러 기술 덕분"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한 다음날인 지난 5일, 처음으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한반도에서 전략폭격기로 첫 실사격훈련을 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군사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첫 폭격 훈련 실시한 이유는지난 8일 미국이 한반도 상공에서 실시한 훈련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한반도에서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로 폭격훈련을 처음 했다는 점이다. 폭격 목표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대로 명시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려 할 때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를 한반도로 출격시켰다. 6·25 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으로 큰 피해를 본 경험 때문에 전략폭격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북한 정권의 공포심을 노린 조치다. 미국 괌 공군기지에서 두 시간 만에 한반도로 올 수 있는 B-1B는 미국의 3대 폭격기 중 가장 빠르며 스텔스 성능까지 갖춰 10㎞ 밖에서도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B-1B가 한반도 상공에 떴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미국은 이런 점을 활용해 올 들어 B-1B 출격 빈도를 늘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 1회 정도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지만 올해엔 알려진 횟수만 이번까지 아홉 차례다. 그래도 구체적 훈련 내용은 철저히 함구했다. 이번엔 달랐다. 북한이 지난 4일 ICBM 도발을 하자 미국은 처음으로 강원도 필승 사격장에서 실사격 훈련을 했다는 점을 공개했다. 실제 폭탄과 무게는 같지만 폭약만 없는 비활성탄을 썼다. 사격 목표도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대와 지하시설이라고 명기했다.◆남북 군사회담 물 건너가나

북한 노동신문은 9일 논평을 통해 미국의 B-1B 한반도 출격 조치를 맹비난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전략폭격기들의 조선반도 출격을 정례화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떠들어댄 것은 결국 화약고 위에서 불장난질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미친 짓”이라며 “조선반도에서 기어이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 전쟁 미치광이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반도 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 구상’의 후속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받아들일지 불확실하고 우리 통일부와 국방부 간 온도 차가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개발 성공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까지 러시아 과학자들이 북한에 미사일 설계도와 노하우를 전수하고 중국 업체가 현대적인 미사일유도시스템에 필요한 장치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