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후폭풍?…일본, 외국인투자 심사 강화

원자력·우주 개발·항공기 등
기술유출 우려되는 제조·인프라
주식 10% 이상 취득때 심사
일본 정부가 ‘안보’ ‘기술 유출 방지’를 명분으로 해외 투자자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과 관련해 기술 유출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SK하이닉스에 ‘견제구’를 던지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일본 재무부가 보안이나 국가 주요 인프라 관련 기업에 외국자본이 투자할 때 기밀기술 유출 방지를 담보하거나 과거 투자 실적 등을 필수점검 항목으로 삼는 등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해외자본 투자 사전심사 대상이 된 일본 기업은 △원자력과 우주 개발, 항공기 등 국가 안전과 관련된 제조업 △전기·가스 등 인프라 관련 산업 등이다. 외국 투자자가 해당 업종 상장기업의 주식 10% 이상을 취득하거나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려면 일본 정부에 사전신고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투자계획 변경이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심사 기준에는 기술 유지가 중요한 산업의 ‘기술 유출 방지’가 명기됐다. 해외 투자자의 특성과 과거 투자 실적도 심사 기준에 포함했다. 미국 정부가 해외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해 ‘안보에 중요한 인재 및 기술, 자원 등의 국내 유지 여부’ 등 11개 항목의 심사 기준을 두고 있는 것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일본 발전회사 J파워의 주식 매입을 늘리려는 영국 투자펀드 더칠드런스인베스트먼트펀드(TCI)에 투자 중지 권고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심사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에 이런 심사 기준을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일본 재무부가 해외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나선 배경엔 현재 진행 중인 도시바메모리 매각 작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며 “매각 구조와 출자 비율에 따라 일본 정부의 심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