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를 벗고 신비를 입다…스텔라의 변신

신곡 '세피로트의 나무'로 11개월 만에 컴백
현대무용을 안무에 접목…노래에 신비로움 더해
K팝 걸그룹 최초 브라질 콘서트 개최…1000여명 열광
걸그룹 스텔라의 효은(맨 왼쪽부터), 전율, 가영, 소영, 민희
“이제는 노출이 아니라 다른 무기가 필요할 때라고 느꼈습니다.”

걸그룹 스텔라(민희·가영·효은·전율·소영)가 지난달 27일 신곡 ‘세피로트의 나무’로 약 11개월 만에 컴백했다. 스텔라는 ‘마리오네트’ ‘찔려요’ ‘떨려’ 등 섹시함을 앞세운 무대로 ‘섹시 끝판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젠 그런 섹시함을 포기했다. 최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스텔라는 “노출로 대중을 사로잡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변화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컴백에 앞서 스텔라는 새 멤버 소영을 영입했다. 새로운 얼굴의 합류로 신선함을 더하고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소영은 “첫 방송 때 카메라를 찾지 못해 진땀을 뺐다”며 “부족한 것이 많은 신인이 7년 차 선배들과 같은 팀을 이루게 돼 영광이면서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스텔라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함께 시너지를 만드는 새내기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텔라가 선택한 새로운 카드는 현대무용이다. 가영은 “우리 팀에 무용을 전공한 멤버가 둘(가영·민희)이나 있으니 현대무용을 안무에 접목해 신비로움을 연출해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무용을 공부하다 휴학 중인 민희는 “몇 년 만에 무용을 했다. 이번 노래로 갈증을 풀었다”고 좋아했다.뮤직비디오 구성도 독특하다. ‘세피로트의 나무’의 세계관을 담은 암호를 뮤직비디오 곳곳에 숨겨뒀다. 신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마자 팬들은 ‘세피로트의 나무’에 담긴 의미를 분석하느라 바빴다. 전율은 “팬들이 암호 해독에 큰 흥미를 느끼더라”며 “작은 이벤트였지만 이걸로 팬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섹시함에 가려진 스텔라의 노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효은은 “음악방송이 끝나고 영상이 공개되면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다 읽어본다”며 “섹시 콘셉트로 나섰을 때는 악플도 많았는데 지금은 ‘스텔라가 부른 노래는 다 좋다. 꼭 떴으면 좋겠다’는 응원 글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1개월의 공백기 동안 스텔라는 해외공연에 집중했다. K팝 걸그룹 최초로 브라질에서 연 단독 콘서트엔 1000여 명의 팬이 객석을 채웠다. 전율은 “우리 앨범의 수록곡까지 모두 따라 불렀고, 눈물을 흘리는 팬도 있었다”며 “브라질까지 가는 길은 멀고 힘들었지만 남미의 열정과 에너지를 얻고 돌아왔다”고 밝혔다.7년 동안 팀을 유지해온 비결을 묻자 탄탄한 팀워크를 꼽았다. 민희는 “처음엔 안무 연습실도, 매니저도 없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한 적도 있을 만큼 진짜 어렵게 시작했다”며 “앨범 내고 열심히 활동하면서 여건도 점점 나아졌고, 그런 과정을 거쳐 멤버들과 더 돈독해졌다”고 설명했다.

스텔라 멤버들은 “팬들이 우리를 키웠다”고 자부한다. 과장이 아니다. 스텔라가 새 앨범 제작을 위해 실시한 크라우드펀딩에는 팬들이 대거 참여해 약 1억1300만원이 모였다. 목표액의 1132%나 됐다. 가영은 “너무 힘들어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항상 우리 음악을 기다려준 팬들이 있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스텔라의 소원은 음원차트·음악방송 1위가 아니라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출연이다. 멤버들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다른 팀에 비해 예능 출연 경험이 많지 않다”며 “섹시함 외에도 무궁무진한 우리의 매력을 많이 알리고 싶다”고 했다.

글=윤준필/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