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또 불거진 당국의 보험료 인하압박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 수수료는 시장 가격이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밝힌 지난 17일, A보험사는 긴급 임원회의를 열었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금융당국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라는 압박을 해왔다”며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보험료 인하 여부와 함께 인하한다면 얼마만큼 내려야 할지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른 보험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관팀뿐 아니라 경영진을 통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라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하달’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특히 대형 손해보험사에 대한 압박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손보사를 압박하는 정부 논리는 간단하다. 자동차보험은 가입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은 대중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보험료를 저렴하게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새 정부가 들어선 뒤 몇몇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 A보험사뿐 아니라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보사 대부분은 구체적인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B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에선 이익을 낼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차라리 정부가 자동차보험료 규제를 공식적으로 얘기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겉으로는 ‘자율’을 외치지만, 뒤에선 가격 규제를 강행하는 정부 때문에 수익성 악화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주주들에게 설명하기 힘들다고 보험사들은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보험사가 자동차보험에서 난 손해를 만회하는 방법이다. 결국 질병보험과 같은 장기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등 다른 상품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자동차보험이 아니라 다른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가 자동차보험 때문에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 자율보다 특정 목적을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새 정부에서 관치금융이 더 기승을 부릴까 우려된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