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남북회담 제의에…미국 "지금이 대화할 상황인가" 불편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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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대화 놓고 한·미·일 '온도차'정부가 지난 17일 북한에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회담을 제의한 데 대해 미국과 일본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국제 제재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화국면으로 가려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화 당사자인 북한은 이틀째 묵묵부답인 가운데 중국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 "대화조건과 동떨어져…한국정부에 물어보라"
일본도 "대화보다 압박할 때"
정부 "미국에 사전설명…한·미 간 이견 없다" 강조
중국 "한반도 안정에 도움"…북한은 이틀째 묵묵부답
청와대, 백악관과 엇박자 내나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나온 말들이니 한국에 물어봐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조건들을 분명히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는 현재 상황과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회담 제의를 두고 직접적인 평가를 내놓지 않고 “한국 정부에 문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워싱턴 외교가는 북한의 ICBM급 시험발사 이후 미국이 중국과 북한에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엇박자’를 내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미 간에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회담 제의 발표 이전에도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했고 그에 대해 미국 측이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미 간 (인식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어제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남북회담에 대해) 본격 대화가 아니라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초기적 단계의 접촉이라고 설명했다”며 “본격적 대화 조건이 마련됐다고 보지 않는 우리의 이해와 백악관 논평은 기본적으로 똑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이틀째 반응 없는 북한
일본도 한국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에 다소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방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7일 한국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에 대해 “이달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에 압박을 가할 시점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지금은 (의심의 여지 없이) 압력을 가할 때”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이번 대화 제안은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분계선상에서의 적대적 행위 중단이 목적인 것으로 안다”며 “대북 압력을 강화한다는 한·미·일의 방침과 관련해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미·일과 달리 중국은 남북 대화가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북한과 남한이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화해와 협력을 위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대화가 남북의 근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안보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는 양측이 적극적인 방향으로 함께 노력하길 바라고 대화와 협상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이틀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19~20일께 우리 측 회담 제안에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군사회담 일자로 제시한 21일까지 북측의 반응이 없다면 우리 군 독자적으로 적대행위를 중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회담을 거부하거나 한·미 연합훈련 등 조건을 내걸며 역(逆)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인설 기자/워싱턴·베이징=박수진/강동균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