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거래 꼼짝마"…검찰, FBI처럼 '딥웹'도 감시

전방위 감시체계 연구 착수

딥웹 통한 마약거래 급증 추세
홈쇼핑처럼 손쉽게 결제 후 수령
아동포르노·자살사이트도 유통
그동안 추적 어려워 수사 애로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인터넷 무법지대가 있다. ‘딥웹(deep web)’이다. 딥웹은 네이버나 구글처럼 일반적인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을 말한다. 별도로 암호화된 네트워크에 존재하기 때문에 ‘토르’ 같은 특정한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이 가능하다.

컴퓨터 주소인 IP는 여러 차례 우회하며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우회 통로마다 암호화된 장벽도 있다. 사용하는 화폐는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다. ‘딥웹+비트코인’ 조합 앞에 수사기관들은 손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딥웹에서 홈쇼핑 결제하듯 마약 구입

그동안 한국에서 딥웹은 극소수의 인터넷 유저들만 접속하는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 등을 통한 마약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한국도 ‘딥웹의 유혹’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18일 대검찰청 마약수사과에 따르면 검찰은 ‘인터넷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 고도화 사업’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내에 관련 연구를 마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딥웹을 통한 마약 거래 사례가 파악되고 있어 향후 어떻게 딥웹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2012년 9255건이던 마약류 사범 적발 건수는 지난해 1만4214명으로 늘었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거래 증가가 두드러진다. 인터넷·SNS를 이용한 마약류 사범이 2012년 86명에서 지난해 1120명으로 급증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일반적인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마약 거래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용 중이다. 관련 검색어가 올라오면 자동 추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딥웹에는 이런 감시체계가 없어 마약 거래상들이 딥웹으로 숨어들고 있다.

딥웹에서의 마약 거래는 홈쇼핑처럼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엑스터시, 코카인, 머시룸 등의 마약부터 마약을 넣은 쿠키까지 제품도 다양하다. 수령 방법은 배송 또는 직접 수령이다. 한 딥웹 마약 거래 사이트에서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직접 수령도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국에는 국제우편으로 마약을 보내준다는 소개도 있다. 올 상반기 국제우편을 통해 밀수하다 적발된 마약류는 총 197건이다. 양으로는 27.5㎏에 달한다. 전년 동기보다 160% 늘어난 규모다.◆아동포르노 통로…FBI도 실시간 감시

딥웹에서는 아동포르노, 마약, 자살사이트, 무기 거래, 심지어 살인청부까지 이뤄진다. 한국에서는 아동포르노 공유가 가장 빈번한 범죄로 관계 당국은 보고 있다. 딥웹에서 얻은 자료를 일반적인 인터넷에 올리지만 않는다면 사실상 적발될 가능성이 없다는 게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수사기관에서도 딥웹을 주시하고 있다. 불법 무기 거래, 청부살인, 대형화된 마약 거래상 등이 주요 감시 대상이다. 딥웹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FBI가 딥웹에서 함정수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한국 경찰도 딥웹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실제 수사에 나서기엔 현실적 한계가 따른다. 신원부터 자금 출처 파악까지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범(汎)정부적인 대책을 세우고 관련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마약수사과 관계자는 “딥웹에 대한 장기적 연구를 통해 불법 마약 거래에 대한 전방위 감시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