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두문불출' 지미의 2년…카카오는 뭐가 달라졌나

사업 부문 나눠 인재 영입 주력
"사람 보고 투자한다" 철학 고수
오는 9월 취임 2주년을 맞는 임지훈 카카오 대표. / 사진=한경 DB
#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가?

제가 자신에게 항상하는 질문인데, 큰 도움을 받고 있어서 공유해봅니다. 2016년 1월19일 닉네임 지미(Jimmy)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올린 글이다. 지미가 카카오 대표로 취임한 지 4개월 정도 된 시점이었다.

지미는 임지훈 카카오 대표(37)가 온라인과 사내에서 쓰고 있는 영어 이름이다. '업의 본질'과 '지금 해야 할 일'을 고민해온 임 대표가 오는 9월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임 대표의 2년은 순탄치 않았다. 출발부터 그랬다. 2015년 취임 당시 카카오의 양대 수익원인 게임과 광고 사업은 모두 휘청이고 있었다.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도 발굴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임 대표는 시험대에 오를 일이 많았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1월 브런치에 올린 글. / 사진=브런치 캡쳐
어깨는 무거웠지만 주눅든 모습은 없었다. 벤처캐피털(VC)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시절 보여준 특유의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경영 성향은 그대로였다. 1조8700억원을 들여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업체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게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수익 없는 외형확대를 두고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공개석상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언론도 그와 얘기를 나누는 게 쉽지 않았다. 실적 컨퍼런스콜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간혹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게 전부였다. 사람들은 궁금했다. 지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의 2년 간 행적은 카카오의 조직 변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동안 카카오는 쉬지 않고 변했다. 새로운 사업부문이 생겨나고 빠르게 독립했다. 올 들어서는 핵심 신사업부문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사했다. 그 때마다 업계 이목은 임 대표가 아닌 각 부문의 수장들에게 쏠렸다. 어김없이 '임지훈 위기설'이 등장했다. 일은 부사장들이 다 하고 대표는 무엇을 하는가.

하지만 그들을 카카오로 데려온 것은 임 대표였다. 케이큐브벤처스 때부터 임 대표를 지켜본 업계 사람들은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몇날 며칠을 설득해 마음을 얻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카카오에서 특히 그의 용병술이 빛난 부문은 게임이었다. 임 대표가 취임하던 2015년 3분기 카카오 게임 부문 매출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형 게임업체들이 '탈(脫)카카오'를 선언하며 독자 유통 노선을 택하면서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브런치에 올린 자신의 명함. / 사진=브런치
임 대표는 카카오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게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게임부문 부사장으로 남궁훈 당시 엔진 대표를 임명했다. 남궁 부사장의 지휘 아래 카카오 게임 사업은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다. 자체 퍼블리싱(배급)에 주력하고 전략적 투자를 통한 'for kakao' 게임 라인업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

이 외에도 카카오 곳곳에 외부 수혈이 이어졌다. 광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LG전자 글로벌 마케팅 상무를 지낸 여민수 광고부문 부사장을 영입했다. 구글 인사팀 출신의 황성현 인사 총괄 부사장, 네이버 검색창을 만든 조수용 브래드 총괄 부사장 모두 임 대표의 제안으로 카카오에 합류했다. 올 초에는 인공지능(AI) 부문을 신설하고 김병학 검색팀장을 부문장으로 승진시켰다.

카카오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connect everything)'를 비전으로 수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다. 메신저부터 게임, 웹툰, 결제, O2O 등 분야도 다양하다. 임 대표가 말한대로 혼자서 '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적기에 일을 처리하기에는 사업 범위가 광대하다. 그는 업의 본질을 잘 이해하는 인재들을 영입하는 쪽을 택했다. 그것이 그가 취임 후 판단한 '지금 해야할 일'이었다.

임 대표의 경영 철학은 예나 지금이나 명확하다.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가 밝힌 케이큐브벤처스의 경영 철학이 카카오에서도 통할 지는 조금 더 두고볼 일이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카카오 안팎의 판단이다.

"케이큐브를 설립할 때 가장 중요한 철학은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였다. 사업계획서도 안보고 투자하기 일쑤였다. 사람 보고 그냥 막 뿌리는 느낌으로 투자했던 것 같다." 임 대표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다른 건 안보고 사람만 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사람 마음을 얻으려 남몰래 동분서주했던 지난 2년, 임 대표의 철학은 변함이 없는 지 그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