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유전자검사 상품 판매 1년 됐지만…허용범위 좁아 희귀질환 검사 못하는 '반쪽'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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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제품 잇따라 내놓지만지난해 7월 가정용 유전자 검사(DTC)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생명윤리법이 개정된 지 1년이 지났다.
녹십자지놈·와이디생명과학 등 비만·탈모 등 진단 상품 출시
단순히 건강수준 확인에 그쳐
검사 대상 확대 등 규제 풀어야
미국선 파킨슨병·알츠하이머 등 희귀질환도 가정에서 가능
소비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집에서 유전자 분석을 받을 수 있게 되면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가능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시장 확대에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DTC 상품은 늘고 있지만
생명윤리법에 따라 진단기업 등이 판매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 상품은 체질량지수, 카페인 대사, 혈압, 혈당, 피부노화, 피부탄력, 색소침착, 비타민C 농도, 탈모, 모발굵기 등 12가지다.
지난해 법이 개정된 뒤 진단업체들은 꾸준히 상품 출시를 늘리고 있다. 녹십자지놈은 이달 초 피부 모발 비만 등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인 진닥터 사이트를 열었다. 올해 초부터 병원에서만 구입 가능했던 진닥터를 집에서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지난해 치주질환 유전자 분석 서비스인 ‘이지페리오’를 출시한 와이디생명과학도 지난 3월 말 탈모검사, 피부검사 등의 DTC 제품을 출시했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LG생활건강과 함께 유전자 분석 서비스 기업인 미젠스토리를 세웠다. 지난해 말 DTC 상품 위드진을 출시한 랩지노믹스는 지난 5월 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과 서비스 제휴 계약을 맺었다.
디엔에이링크, 테라젠이텍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 제노플랜 등 진단업체 등은 지난해 DTC 상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구강세포 보내면 1주일 뒤 분석
업체 홈페이지 등에서 상품 구입을 신청하면 유전자 검사 키트가 집으로 배달된다. 키트 안에 포함된 면봉으로 입속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한 뒤 바코드를 붙여 검사 기관에 발송하면 1주일 뒤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비용은 검사 항목에 따라 10만~15만원 정도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운동이나 영양 처방 등의 추가 서비스를 하는 상품도 있다. 대사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유산소 운동을 추천하고 피부관리를 위해 섭취해야 할 비타민C의 양을 안내하는 형태다.◆“규제 개혁 필요” 한목소리
상품출시가 늘고 있지만 DTC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달에 300~400건 정도 신청이 들어오지만 당초 목표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현재 허용된 DTC 범위가 미용 영양상태 등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각종 희귀 유전 질환 등도 가정에서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 미국 유전자검사업체 23앤미는 199달러에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10가지 질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온라인 홈페이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허용된 검사 대상은 건강 수준을 확인하는 정도여서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이 없다”며 “규제를 풀어 허가 영역을 넓혀달라고 건의했지만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고 했다.
■ DTCDirect To Customer. 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유전자 검사 기업에 직접 의뢰해 유전자 검사를 받는 서비스다. 생명윤리법은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카페인대사, 혈압, 혈당, 피부노화, 피부탄력, 색소침착, 비타민C 농도, 탈모, 모발굵기 등 12가지 항목만 허용하고 있다.
이지현/김근희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