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질의에 "모릅니다" 연발한 백운규

인사청문회

"탈원전 한다며 현황도 몰라"…야당 의원들 '자질 부족' 질타
"통상경력 미흡하다" 지적에 "미국 표준연구소에서 일했다" 답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탈(脫)원전 정책에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세계 원전 현황 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야당 의원들로부터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백 후보자는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고 했는데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어디냐”는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앞서 백 후보자가 “선진국은 탈원전 추세이고 원전 개발이 활발한 곳은 개발도상국인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이라고 말한 데 따른 질문이었다.이 의원이 “그럼 전 세계에 총 몇기의 원전이 있나”라고 묻자 백 후보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원전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99기가 있고 전 세계 원전 숫자는 448개”라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뭘 공부하고 나온 거냐” “도대체 무슨 전문가냐”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찬성하냐는 질문에는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5년 사이에 (요금 인상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로드맵이 있기에 요금 인상 가능성이 없느냐”고 묻자 “장관이 되면 전문가와 산업부랑 협의해서…”라고 얼버무렸다.

업무 파악이 덜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이 “신고리 5·6호기 부지는 노무현 정부 때 매입한 것”이라고 말하자 백 후보자는 “부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매입한 것이고 정부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의 신고리 원전 중단 반대를 거론하며 “한수원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감독이 필요하다”고 한 데 대해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한수원에 압력을 넣어 신고리 5·6호기 영구 중단을 관철시키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통상 분야에 대해서도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서민 삶에 기여한 게 뭐냐”고 묻자 백 후보자는 “수출을 하게 되면 낙수효과와 일자리 창출 등이 있어야 하는데 (한·미 FTA는) 이런 효과가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통상 주무부처 장관으로 경력이 미흡하지 않냐는 지적에는 “미국 국제표준연구소에서 2년여간 연구원으로 일했고 미국 일본 기업과 국제공동연구를 해봤다”며 “(통상교섭본부장이 생겨도) 통상을 큰 틀에서 챙기겠다”고 했다.

이에 장병완 산업위원장(국민의당 의원)은 “국제 공동연구는 서로 뜻이 맞아서 하는 것이고 통상은 전혀 다른 것으로 부처 내 전문가들을 이용해야 한다”며 “신중하게 답변해 달라”고 나무랐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