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핀테크 넘어 '테크핀' 시대

현장에서

IT 기업이 금융 혁신 주도
알리바바 "IT기술 있으면 누구든 금융사 창업 가능"
국내 업계는 '제자리 걸음'
지난 15~1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콘퍼런스 ‘렌딧 차이나’. 이 행사의 화두는 ‘테크핀’이었다. 핀테크와 테크핀은 비슷하지만 주도권을 금융회사가 쥐느냐, 정보기술(IT) 기업이 갖느냐는 것이 큰 차이다.

주목받은 회사도 중국의 금융회사가 아니라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IT업체였다. 이 가운데 알리바바가 전시관을 열고 전면에 내세운 것은 뜻밖에도 알리페이나 인터넷은행 마이뱅크가 아니라 ‘앤트파이낸셜 클라우드’라는 자회사였다.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다.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은행업에도 진출한 알리바바가 알리고 싶어 한 것은 IT를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아니라 그 기반인 IT와 플랫폼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의 IT 시스템이 금융의 핵심”이라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누구든지 금융회사를 창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국내 금융회사들에는 하도급업체에 불과한 IT회사들이 중국에선 ‘갑’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위챗 메신저로 유명한 텐센트의 인터넷은행 위뱅크는 메신저 빅데이터 분석으로 개인 신용대출 시장을 대폭 확장했다. 그러자 40여 곳의 기존 은행들이 앞다퉈 텐센트로 달려왔다. 위뱅크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은행들을 묶어 일종의 ‘대출실행 하도급업체’로 활용했다. 신용평가와 대출계약 등은 위뱅크가 하고, 이들 은행은 단순히 자금을 조달해 대출신청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런 방법으로 위뱅크는 대량의 자본을 조달하지 않고도 2년 남짓한 기간에 59조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다.

중국 테크핀업체들은 플랫폼을 무기로 동남아시아로 몰려가고 있다. 현지 금융회사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에도 핀테크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IT업체가 주도하지 못하면서 핀테크에 그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라도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업계 및 금융위원회의 생각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