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우유 못마시는 목장 여주인이 '치즈 장인'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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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50년이 흘렀다. 한국인의 치즈 사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치즈 소비량은 14만760t으로 7년 전인 2009년 7만1444t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생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치즈 생산량은 2만9174t으로 같은 기간 25.7% 많아졌다.종류도 다양해졌다. 부드러운 일반 치즈부터 크림치즈, 스트링치즈 등이 인기를 끌더니 특유의 ‘꼬릿한 맛’을 내는 숙성치즈를 좋아하는 마니아층도 생겼다.
요즘 치즈 마니아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목장형 치즈’다. 목장에서 바로 가져온 신선한 우유를 이용해 만드는 치즈다. 경기 포천시에 있는 국내 대표 목장형 치즈공방 중 한곳인 하네뜨를 찾았다. 이곳에서 치즈를 만드는 장미향 대표는 포천을 임실 못지않은 치즈 메카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와 함께 고소한 치즈 이야기를 나눠보자.
◆‘100m’ 목장과 치즈 공방까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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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료입니다. 어느 집 우유로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우유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된 맛이 안나옵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30년 이상 운영한 목장에서 짠 우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과 성분을 이해하고 만들죠.”
베르크, 틸지터 등 경질 치즈에 대해선 장인급니다. 경질 치즈는 숙성 치즈의 일종으로 수분 함량이 35% 이하인 딱딱한 치즈를 뜻한다. 베르크와 틸지터를 포함해 에멘탈, 체다, 로마노, 콜비 치즈 등이 경질 치즈로 분류 된다.(수분 함량에 따라 초경질, 경질, 반경질 치즈로 나뉜다.) 장 대표는 베르크와 틸지터로 목장형 유가공협회와 축산과학원이 주최한 자연치즈 경연대회에서 금상도 받았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숙성 치즈보다는 자연치즈다. 최근에는 스트링 치즈가 인기가 높다. 장 대표는 “어린이들의 간식으로는 스트링치즈가, 마니아들에겐 숙성 치즈가 많이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14년’, 그녀가 치즈와 사랑에 빠진 기간
장 대표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우유를 끓여보기도 하고, 다른 것을 섞어 먹어보기도 했다. 다양한 가공도 시도했다. “우유를 끓여서 커피를 타먹거나, 발효시킨 요구르트와 자연치즈는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더라고요.”
유제품 가공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치즈와 요구르트 제조법을 배우고 싶어졌다. 남편도 취미삼아 해보라며 추천했다. 그무렵 농촌진흥청에서는 자연치즈 제조교육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2004년 봄 여주농고에서 진행된 제2회 치즈제조 교육을 받았다. “일본에서 선생님이 오셔서 2주간 치즈를 만들어보는데 제대로된 치즈가 하나도 안나오는 거에요. 오기가 생겨서 가을 교육을 다시 신청했죠.”
취미가 사업이 된 것은 2009년이다. 사업화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무렵, 농촌여성창업 지원대책이 새로 나오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농진청을 통해 1억원을 지원받아 치즈 공방을 지었다. “이왕 사업을 시작한 것, 진짜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지원금만 가지고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망하기 쉬워요. 내 돈을 쓴게 아니니까 덜 노력하게 되죠. 저는 지원금보다 더 많은 개인 돈을 투자했어요. 스스로 정한 투자 금액을 지원금과 무관하게 썼죠.”
장 대표는 이후 치즈 공부에 좀 더 매달렸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치즈 공방도 찾아다녔다. “그땐 치즈 도구를 구하기 어려울 때였어요. 이탈리아 치즈를 만들려면 이탈리아에 가서 도구를 사와야하는 줄 알았죠.”
2012년엔 독일로 연수를 떠났다. 황석중 박사가 이끄는 연수단은 독일 알고이 지역의 호론이라는 농가에서 먹고 자며 치즈를 만드는 실습을 했다. “알고이 지역의 농가들은 20여명이 우유 생산을 하고, 치즈 등 가공 식품을 지역 내에서 모두 소비하더라고요. 자연순환형 농법이나 로컬푸드 운동에 좀 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견학을 다녀온 장 대표는 곧바로 아들을 같은 지역으로 보냈다. 장 대표의 아들은 그곳에서 여러곳의 목장에서 숙식하며 수개월간 치즈를 만들었다. 장 대표는 “목장과 치즈 공방은 물려줄 수 있어도 그 안에 담긴 제품의 품질과 장인정신은 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치즈 본고장으로 아들을 보냈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아들은 현재 한국에 돌아온 후 하네뜨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50km’ 포천에서 상계동까지만 진출할래요
장 대표는 오히려 포천 근방에서만 치즈를 파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최대치는 반경 50km다. “제 치즈는 대기업들의 제품과는 달라요. 배송기간과 진열기간이 길면 쉽게 상합니다. 더 멀리 가겠다는 것은 욕심이에요.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과 결합해 포천에 와야 제대로된 제품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로컬푸드로 키우고 싶어요.”
현재 하네뜨는 지역 내 어린이집에 간식을 납품하고 있다. 연내 서울 상계동의 협동조합 매장과 하나로마트 창동점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하나로마트 창동점과 하네뜨 치즈공방 사이의 거리는 49km. 장 대표는 “50km 이내에서만 판매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는 가장 먼 매장”이라고 소개했다.당일 배송하는 택배 판매도 확대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일정 금액을 내고 회원 가입을 하면 정기적으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보내주는 꾸러미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6차산업’ 새로운 기회
하네뜨는 2012년 체험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건물을 한동 더 지었다. 새 건물은 몇가지 설비를 추가해 그럴듯한 치즈 공방으로 꾸미고, 기존의 건물을 체험장으로 썼다. 인터뷰를 진행한 7월4일에는 인근 지역의 중학생들이 치즈 체험 교육을 하러 왔다. 치즈의 역사와 종류에 대해 배우고 직접 치즈를 만든 후 직접 요리까지 해먹었다. 장 대표는 학생들에게 “상온에 두면 금방 곰팡이가 생기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좋은 음식”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치즈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좋은 먹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올해 체험객은 약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볼거리를 늘리기 위해 치즈 제작 도구를 전시한 소소한 박물관도 열 예정이다. “제가 초창기에 쓰던 치즈 제조 도구들을 전시하고 간단한 제작 방식 설명을 곁들였어요. 지금은 치즈박물관이라기보다 어쩌면 개인박물관에 가깝죠. 여유가 되면 몇가지 폼나는 전시품을 구매해서 꾸며 놓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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