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프로 "슬라이스 퍼팅, 왼발 열고 굴려야 홀로 쏙"

그녀들 원샷 원킬 족집게 레슨 - 홀컵 왼쪽이 높은 옆 라이 퍼팅

똑바로 서서 퍼팅하면 홀컵 오른쪽으로 스치거나 짧게치는 실수 자주 범해
'아재 팬' 많은 건강미인, KLPGA 첫승 도전장
"팬들의 외모 관심 고맙지만 실력 안되면 거품이라 부담"
별명이 ‘블랙홀’이다. “상대방을 빨아들일 듯한 강렬함을 지녔다”고 지인들이 붙여줬다. ‘아재 팬’의 아이돌로 불리는 유현주 프로(23·골든블루)다.

프로 6년차지만 딱히 내놓을 만한 성적은 없다. 그런데도 얼마전엔 팬클럽까지 생겼다. 시원스러운 외모 덕이 크다는 걸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훤칠한 키(172㎝), 뚜렷한 이목구비, 군살 없는 몸매, 긴 팔다리에서 뿜어나오는 화끈한 스윙….“건강미가 넘친다고 하는데, 정말 감사하죠. 그래도 실력이 없으면 다 거품이잖아요.”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지난 5월 열린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의 일이다. 그는 1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쳐 김해림(28·롯데) 등과 함께 공동선두에 올랐다. 생애 첫 선두. 이후 2, 3라운드에서 그는 19오버파를 쳤다.

“팬들이 지켜보는데, 더 완벽하게 쳐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실력을 입증하겠다는 욕심이 앞섰던 거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아팠지만 가능성을 본 것은 큰 수확이다. 스윙을 바꾸거나, 클럽을 교체하지 않았는데도 아이언 스윙에서 예전과 다른 공격성을 자주 느낀다. 무뎌졌던 퍼팅감도 상승세다. 특히 요즘 좋아진 게 2~4m 안팎의 ‘슬라이스 퍼팅’이다. 퍼팅 어드레스만 살짝 바꿨는데 효과가 생각보다 좋다는 설명이다. 프로들도 ‘까다롭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슬라이스 퍼팅. 왼쪽 지면이 오른쪽보다 높아 공이 홀컵 오른쪽으로 비켜 가는 실수가 잦다.

“어드레스 때 왼발을 뒤로 4~5㎝ 정도 빼고 발끝을 왼쪽으로 살짝 연 뒤(사진 빨간 점선) 퍼팅해봤는데 성공률이 완전히 달라졌어요.”홀컵이 왼쪽 눈에 희미하게 들어와 거리감이 좀 더 뚜렷해지고 왼쪽 몸통이 이미 열려 있는 상태다 보니 머리를 들거나(헤드업), 공을 따라가는 현상이 줄어들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홀컵 오른쪽으로 비켜 가는 실수가 확연히 줄었다. 다만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강조했다. “꼭 넣겠다는 집착보다 ‘어떻게’에 집중하는 게 성공률이 훨씬 높다”고 했다.

브레이크 라인을 찬찬히 읽고 거기에 맞는 퍼팅 속도와 스트로크 크기를 상상하는 ‘퍼팅설계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긴장감이 잦아들고 실수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한번 감이 오면 하루 네 시간씩 스윙 연습에 몰두하는 그이지만, 정작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인드 컨트롤’이다. 벌써 4년째 심리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 ‘유현주식 자기주도 골프’를 완성하기에는 아직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일단 올해는 정규투어 시드권을 유지하는 게 목표. 투어를 은퇴할 때쯤이면 공부를 더 해 스포츠 심리 상담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선후배 사이에서 ‘인생 상담가’로 유명하다. 말의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해법이 명쾌하다는 이유에서다.

“사회통념이 중요하고 당연히 맞춰야죠. 하지만 주변 시선에 끌려다니지는 말자는 생각이에요. 남을 위해서 골프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쪽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유현주는 21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에서 개막하는 문영퀸즈파크챔피언십에서 안신애(27·문영그룹), 박결(21·삼일제약)과 함께 티오프한다.

■ 유현주 프로는▶1994년 2월 경기 안산
▶골든블루 소속
▶초당초-시곡중-고잔고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 입문
▶2012년 KLPGA 투어 데뷔
▶2016년 정규투어 시드전 13위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