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문연구요원 폐지하면 연구인력 해외로 빠져나갈 것"

위기의 공과대학

서울대 공대생, 폐지 영향 분석
“이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홍진우 서울대 공대 학생회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대 학생회 측은 최근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3년간의 연구 활동으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가 대학 경쟁력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에 나섰다.국방부가 지난해 5월 전문연구요원제를 2020년 이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정책 효과를 제대로 검증한 기관이나 연구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당시 과학계의 거센 반발에 전문연구요원제 폐지를 일단 보류했지만 1년이 넘도록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공대 학생회가 주도하는 이번 정책 연구는 본부 측의 지원을 받아 공대를 비롯해 경제학 행정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이 연구 책임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연구 기간은 총 5개월이다.

국방부 발표 이후 ‘막차’를 타기 위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대 공대가 분석한 수도권 대학 전문연구요원 합격자들의 영어(텝스) 평균 점수는 2016년 후기 기준 836.01점으로 2013년 후기(688.87점)에 비해 급상승했다. 석사과정 학점을 환산한 점수도 같은 기간 92.9점에서 94.6점으로 높아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학원생들은 연구보다 전문연구요원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공대 한 연구실에서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A씨(28)는 여름방학을 맞아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토익으로 치면 950점을 훌쩍 넘는 수준인 800점대 텝스 점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6월 말 발표된 전문연구요원 선발에서 탈락했다. 벌써 세 번째 불합격이다. A씨는 “연구자로서 커리어가 달려 있다 보니 영어가 더 급하다”며 “연구실 동료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과학기술 인재 육성은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부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경제가 5년 내 잠재성장률 0%대에 진입할 만큼 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 나오는데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다며 인공지능(AI) 분야에 수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식의 엉터리 대책을 내놓기보다 앞으로 AI 연구를 이끌 인재들이 국내에서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