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주가 '닷컴 호황기'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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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IT지수 최고치 경신올 들어 상승세를 탄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주가가 2분기 실적도 양호한 것으로 나오면서 2000년 닷컴 거품이 한창일 때 수준을 넘어섰다.
실적 기대감에 올들어 22% 급등
17년 전 버블때보다 수익기반 탄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S&P500 기업 중 주요 IT 기업 주가를 가중평균해 내는 IT지수가 9일 연속 상승해 19일(현지시간) 992.29로 마감했다. 이는 2000년 3월27일(988.49) 기록을 17년 만에 깨뜨린 것이다. 당시 IT지수는 이날을 기점으로 거품이 꺼지면서 80% 넘게 폭락했으며, 2013년 초까지 500 고지를 회복하지 못했다.올해 들어서는 실적 기대감 등에 힘입어 22.8% 뛰어올랐다. S&P500 기업 평균 상승률(10.5%)을 크게 웃돌았다. 이달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 넷플릭스 등 주요 기업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긍정적인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며 주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주가 수준은 2000년과 비슷하지만 IT업계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2000년 당시 IT업계 선도기업은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오라클 IBM 등이었다. 지금은 이 가운데 MS가 상위 5대 기업에 남아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바뀌었다. 애플과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MS의 시가총액을 추월했으며, 페이스북과 비자가 MS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 2000년 3월 고점일 때 S&P500 기업 전체 순익에서 IT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그쳤으나 지금은 25%에 이른다. 상위 10대 기업에 의존하는 비중도 줄었다. 하워드 실버블랫 S&P다우존스지수 선임지수 분석가는 “이전 세대 시장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현재 IT 기업의 수익 기반은 훨씬 탄탄하다”고 설명했다.자산운용사인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의 라훌 나랑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선도적인 IT 기업들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