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입 대국' 중국의 변심…"더 이상 들여오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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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폐기물 연 4조원어치 들여와지구촌 쓰레기를 대량으로 사들이던 중국이 폐플라스틱과 폐지 등의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쓰레기에 오염물질과 위험물질이 대거 섞여 있어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수입해온 쓰레기가 중국 제조업 호황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중국, 쓰레기 수입 중단하기로중국 환경부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말까지 폐플라스틱, 분류되지 않은 폐지, 폐방직원료 등 고체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궈칭 환경부 국제합작국 국장은 “불법 업자들이 개인적 이윤을 위해 고체폐기물을 불법 수입하거나 밀수해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단속해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오염에 중단" WTO에 통보
캔으로 섬유·금속 재가공 등 30년간 재활용으로 제조업 호황
"일자리 줄이고 성장 타격줄 수도"
폐기물 수출량 많은 미국·일본은 '비상'
환경부는 관세청 경찰 국가품질관리국 등 관련 부처와 공동으로 불법 쓰레기 수입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에도 문건을 발송해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다.
중국은 ‘쓰레기 수입 대국’으로 불린다. 작년에만 730만t의 폐플라스틱을 수입했다. 이는 세계 수입량의 약 56%를 차지한다. 금액으로는 37억달러(약 4조1500억원)에 달한다.중국의 쓰레기 수입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재가공해 판매하면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중국 전역에 쓰레기를 재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업체만 20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속한 개발로 중국 정부는 쓰레기 처리 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불법 행위를 저지른 590개 수입 쓰레기 처리 회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수입 쓰레기, 제조업 발전에 도움블룸버그통신은 “수입 쓰레기는 지난 30년 동안 중국 제조업 발전에 크게 도움을 줬다”며 “수입 중단이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가 중국 내 일자리를 줄이고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80년대 이후 중국 정부는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 수입을 장려해 왔다. 자체 자원이 부족해 산업화에 필요한 자재 대부분을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에 의존했다. 미국에서 수입한 음료수 캔은 중국에서 의류용 섬유나 기계 제작용 금속으로 재가공됐다. 중국은 또 미국에서 수입한 폐지를 다시 제품 포장재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1t가량의 폐지를 재활용하면 미국 평균 가정이 6개월 동안 사용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폐플라스틱을 사용하면 필요한 에너지의 87%까지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2015년 세계에서 1억8000만t의 재활용 쓰레기가 거래됐다. 액수로는 870억달러에 해당한다.블룸버그는 “쓰레기 수입 중단이 당장 국민을 기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쓰레기 수출국들은 비상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 발표에 적잖이 긴장한 모습이다. WTO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세계에서 폐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일본과 미국으로 각각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두 나라는 또 매년 중국으로 상당한 폐지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은 매년 발생하는 고철의 75%가량을 중국에 수출한다. 폐지와 폐플라스틱도 각각 60%와 50%가 중국으로 향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폐기물을 팔아 벌어들인 금액은 연간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중국 정부는 쓰레기 수입 중단이 통상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WTO에 통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WTO 무역기술장벽협정(TBT)에 따라 거래가 금지된 품목이거나 불법적인 거래가 아니면 쓰레기 수출입을 강제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환경부는 “대부분의 쓰레기가 불법적인 거래를 통해 수입돼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이를 중단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