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날려버릴 추리·미스터리 소설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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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사냥꾼' '위험한 비너스' '저체온증' 등 잇단 출간여름은 스릴러·추리 등 장르문학의 계절이다. 성수기를 맞아 출판사들이 추리·미스터리 소설 기대작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본 북유럽 등에서 내로라하는 ‘추리 거장 작가’부터 약진 중인 국내 소설가까지 무더위를 잊기에 제격인 다양한 장르소설을 지금 서점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본 장르소설이 특히 강세다.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 추리소설 신작 《위험한 비너스》(현대문학)는 지난달 30일 출간되자마자 각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 10위권에 안착했다. 명문가 후계자가 실종되면서 발생하는 다채로운 미스터리에 오락성 짙은 서사가 흥미를 돋운다.《희망장》(북스피어)은 《화차》 《모방범》 등으로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일본 추리소설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다. 미유키의 ‘행복한 탐정’ 시리즈 4탄인 이 책의 주인공은 서민생활밀착형 탐정. ‘생을 마감한 가난한 동네 할머니가 어찌 된 일인지 살아생전의 모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한 차림을 하고 있다’며 이를 조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신작 《야행》(예담)에서 기묘한 그림에서 시작된 5개의 서늘한 괴담을 풀어낸다. 도미히코 특유의 미묘한 심리 묘사를 유지하면서 여름밤에 읽기 좋은 오싹한 세계를 펼쳐보인다.
북유럽 장르소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아이슬란드 작가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저체온증》(엘릭시르)은 형사가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는 보통의 추리소설 논법을 벗어난 소설이다. 작가는 ‘누가 죽였는지’에 집중하지 않고, ‘사망자가 왜 죽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소설 속 형사는 ‘그 아이가 정말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막을 순 없었을까’와 같은 질문에 괴로워하는 주변 인물들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사건을 수사한다.걸그룹 멤버, 범죄학자, 경찰 수사관 등 다양한 이력을 보유한 스웨덴 작가 제니 롱느뷔의 데뷔작 《레오나: 주사위는 던져졌다》(한스미디어)는 온몸이 피범벅된 일곱 살 여자아이가 벌거벗은 채로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 나타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돈을 요구하는 협박 음성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틀고 거액의 돈을 훔치는 데 성공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 책을 읽는 내내 예상치 못한 전개가 거듭되는 하드보일드 누아르 소설이다.
이 밖에 여성 혐오나 인신매매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소재로 다룬 추리소설인 에멜리에 셰프의 《마크드 포 라이프》(북펌), 노르웨이 작가 사무엘 비외르크의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황소자리) 등도 눈에 띄는 북유럽 장르소설이다.
국내 작가 중에서는 김용태의 《운석 사냥꾼》(고즈넉)이 돋보인다. 운석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이용한 한국형 스릴러다. 매우 희박한 확률로 우연히 한 마을에 떨어진 운석이 등장인물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몰입도 높게 풀어나갔다.《모래바람》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추리소설계에서 2010년부터 총 10권의 단행본을 연달아 출판한 ‘추리소설 쓰는 전직 판사’ 도진기의 ‘진구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에 촘촘한 줄거리가 돋보인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