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400여㎞ 북한 국경에 군사력 강화…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대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국경 방어 여단급 부대 신설
드론으로 24시간 영상정찰, 동부지역 기갑보병부대 전진배치

"미·중 가장 먼저 충돌할 곳은 대만 등이 아니라 한반도일 것"
미국과 호주 간 정례 연합군사훈련(탈리스만 세이버)이 25일 종료됐다. 이번 훈련엔 양국의 육·해·공군 병력 3만여 명이 참가했다. 로버트 브라운 미국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왼쪽)과 데이비드 존스턴 호주 해군중장이 훈련 종료식이 열린 미 항공모함 USS로널드레이건호 선상을 걸어가고 있다. 브리즈번 EPA연합
중국이 최근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미국의 대북(對北) 군사행동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다양한 조치
WSJ는 중국 국방부를 비롯한 각종 군 관련 홈페이지와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올 들어 중국군이 1400여㎞에 이르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다양한 전력 강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접경지역 방어를 전담하는 여단급 부대를 신설하는가 하면, 드론(무인항공기)을 활용한 24시간 영상 정찰 시스템도 갖췄다. 핵 공격과 화생방 공격에 대비한 지하벙커도 다수 구축했다. 중국 동부지역에 있던 기갑보병 부대를 국경지역으로 전진 배치하기도 했다.지난달엔 공격용 헬기를 동원한 실전 화력훈련을 하는 등 특수부대 공수부대 등이 참여하는 군사훈련의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중국군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도발에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거론한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중국 국방부는 접경지역의 군 움직임이 북한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중국군은 평소와 다름없는 상태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중국 외교부도 지난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군사적인 옵션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정부 측 인사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작업의 일환이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군사 문제에 정통한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미 국방부에서 근무한 전직 고위 관리인 마크 코사드는 “중국군의 동향은 단순히 국경지역 안보를 공고히 하려는 차원을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WSJ는 복수의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은 미국의 대북 공격이나 북한 정권 붕괴 시 북한 핵시설을 비롯한 주요 지역을 점령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대비

중국 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대한 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중국 인민해방군 소장 출신인 왕하이위는 지난 5월 중국의 한 국방 분야 싱크탱크가 발간한 잡지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더라도 북·중 접경지역에 핵 오염이 발생해선 안 되고, 38선 이북 지역을 점령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중국은 미국에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은 즉각 북한을 점령해 주요 핵시설을 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중국 정부의 엄격한 언론 검열을 통과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 단계에선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중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 중국군과 미군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코사드는 “미국과 중국이 어디에서 가장 먼저 충돌할 것인지 내기를 걸라면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가 아니라 한반도에 걸겠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