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증권, 1400억에 SK증권 인수
입력
수정
지면A23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SK "매각가 더 받는 것보다 임직원 고용 안정 선택"
노조의 큐캐피탈 반대도 고려
SK증권은 사모펀드·채권, 케이프는 주식발행시장에 집중

SK(주)는 25일 케이프투자증권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 두 곳이 제출한 SK증권 지분 10.04% 인수 제안서를 심사해 케이프투자증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선박엔진부품 제조업체인 케이프의 계열사다. 케이프는 지난해 PEF 등을 활용해 LIG투자증권 지분 82%를 1300억원에 인수하고 올해 사명을 케이프투자증권으로 바꿨다.케이프투자증권은 가격 조건에서 큐캐피탈에 뒤졌지만, 비가격 조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SK는 케이프투자증권이 큐캐피탈에 비해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고 인수 후 통합(PMI) 작업도 매끄럽게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인수 후 5년 동안 SK증권 직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확약서도 매각 주관사에 제출했다. 큐캐피탈은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당국의 적격성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SK증권 노동조합도 지배구조 등을 문제삼아 큐캐피탈의 인수를 반대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을 인수하면 두 회사의 자기자본 총계가 6265억원으로 늘어나 사업 역량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회사채사업 부문 역량 강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케이프투자증권은 LG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들 업체의 회사채 발행을 맡았다. SK그룹 채권 인수 물량이 많은 SK증권과 함께 영업하면 회사채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조성한 헤지펀드 상품 등을 SK증권 지점망을 활용해 판매하는 등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5년 동안 고용 유지 약속을 내건 만큼 비용 절감이 어려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환/이지훈/정소람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