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스캔들로 지지율 급락 아베 '총리직 버티기'

"당권주자 이시바·기시다 기반취약…野는 한자릿수 지지율에 '자중지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학 스캔들'에 따른 지지율 폭락에도 불구하고 총리 겸 당 총재직을 유지하는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양상이다.26일 현지 정치권에 따르면 일본 국회는 지난 이틀간 아베 총리를 불러 사학스캔들 연루 여부에 대한 추궁을 이어갔다.

사학스캔들은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이 특혜이며, 이 과정에 아베 총리와 측근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이틀간 열린 사학스캔들에 대한 사실상 청문회에서 아베 총리는 "특혜에 관여하거나, 측근들에게 특혜를 주도록 청탁한 적이 없다"는 오리발 작전으로 일관했다.이에 대해 일본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아베 총리의 해명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는 비판론이 분출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데다, 청문회에 임하는 자세를 보니 '언제 총리직에서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관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총리직 사퇴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오히려 다음달 3일께 개각 카드를 통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예정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통상 지지율 30%가 무너지면 정권 존립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마이니치신문의 22~23일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26%로 급전직하했다.한달 전에 비해 10% 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당 안팎에서 아베 총리를 견제할 만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활성화)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등이 차기 주자군으로 꼽히지만 당내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아베 총리나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측의 지원이 없으면 홀로서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야권은 더 지리멸렬하다.

10년전 중의원 선거에서 아소 정권을 붕괴시키고 정권을 잡았던 제1야당 민진당(당시 민주당)은 '돌아온 아베'에게 2012년 12월 정권을 내준 뒤 한자릿수 지지율 행진에 선거마다 연패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줬다.

지난해 9월 경선에서 승리해 취임한 렌호(蓮舫) 대표도 당을 추스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일 열린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는 아베 총리의 '역사적 참패'에 가려서 부각되지 않았지만, 민진당도 참패를 기록했다.

7석이었던 도쿄도의회 의석이 5석으로 줄어든 것이다.

대만 출신인 렌호 대표는 또 자신의 '이중국적' 논란에 대해 회피로 일관하다가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조차 비판론이 제기되자 뒤늦게 호적등본을 공개하는 등 혼선을 보여줬다.

이런 뒷북 대응이 겹치며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민진당의 지지율은 5%로 한 달 전에 비해 3% 포인트나 하락했다.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야당 지지율로 흡수하기는커녕 오히려 동반하락한 것이다.

반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답변은 한달 새 47%에서 52%로 5%포인트나 늘었다.
그럼에도 민진당은 당 체제 정비를 통한 분위기 반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총리 출신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간사장은 지난 25일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뒤늦게' 간사장직 사의를 밝히는 등 지도부간 불협화음이 노정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는 도쿄도의회 선거 승리의 주역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와 협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공산당과의 선거 협력 입장을 견지하는 렌호 대표와 지도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진당이 결국 분당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참의원 3선 의원인 렌호 대표는 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에 즈음해 참의원을 사퇴한 뒤 도쿄 선거구에서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지난 7·2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대패한 도쿄 선거구에 출마해 심판을 받겠다는 배수진 카드를 꺼낸 것이지만,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당내의 비판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