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수십만명 '대부업 빚' 탕감…도덕적 해이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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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연체채권 정리 나선 최종구 위원장
장기·소액 연체채권 소각 추진…최대 1400억 예산 투입될 듯
업계는 "연체채권도 재산" 반발

◆대부업체 연체채권도 탕감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대부업체는 8600여 곳, 대부자산은 14조6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은 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장기연체자 수는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 연체채권을 소각하려면 정부 예산을 투입해 사들여야 한다”며 “얼마나 많은 예산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빚 탕감 기준과 대상자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대부업체는 은행,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액면가의 3~7% 가격에 연체채권을 사들인다. 탕감 대상을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채권으로 정할 경우 연체채권 매입에 필요한 재원은 600억~14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상 최대 ‘빚 탕감’ 정책 나오나
정부가 빚 탕감 범위를 대부업체로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다음달에 나올 장기연체채권 소각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상환능력심사를 거쳐 탕감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상자는 약 40만3000명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최근 내놓은 국정개혁 100대 과제를 통해 ‘주요 금융공기업의 장기연체채권도 탕감한다’고 밝혔다.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8개 금융공기업이 보유한 장기연체채권(15년 이상 연체)은 올해 3월 말 기준 21조7000여억원, 채무자 수는 28만1400여 명에 달한다. 이것만 해도 빚 탕감을 받게 될 채무자가 70만 명에 육박한다. 대부업체 연체 채무자를 포함할 경우 빚 탕감 수혜자가 100만 명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 위원장은 “(빚 탕감과 관련해) 많은 분들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상환 능력을 엄정히 평가해 추진하겠다”면서도 “누가 상환능력이 없는지를 젓가락으로 생선 살 발라내듯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내에서도 “대부업체 연체자들 사이에서 왜 내 빚은 탕감해주지 않느냐는 불만이 쏟아질 것” 등의 우려가 나온다. 대부업체도 발끈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장기연체채권도 엄연한 대부업체의 재산”이라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생각이 퍼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신용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명/김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