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합법화 물꼬 텄지만…'신중'했던 김상곤 부총리

김상곤 부총리(왼쪽)와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부 장관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만났다. 2013년 4월 만남 이후 4년 넘게 걸렸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뒤로는 처음이다. 만남 자체로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의 첫 발을 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속도와 방법에 있어선 신중론을 폈다.

김 부총리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과의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전교조는 그간 교육발전 및 민주화를 위해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교육 발전을 위한 소통과 협치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전교조도 국민의 여망을 담는 교육정책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주기를 희망한다. 전교조뿐 아니라 모든 교육단체와 함께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전교조의 역할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전교조를 파트너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전교조 역시 법외노조 상황에서 교육부와 공식 만남을 가졌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전교조에 대한 기존의 적대적 태도를 버리고 대화와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논평했다.

핵심 현안인 법외노조 철회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행정부(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한 반면, 김 부총리는 전교조 법적 지위 소송 대법원 판결 등 “여건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정부는 앞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전교조 문제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보고 정부가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움직이긴 어렵지만 고용부가 전향적 판단을 내릴 경우 직권취소를 통한 법외노조 철회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이와 관련, 김 부총리는 김영주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정식 취임하면 전교조 문제 협의에 임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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